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9일 리비아 문제 해결을 위한 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 베를린으로 떠나기 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스탄불=AP 연합뉴스

대규모 가스전을 둘러싼 동지중해 자원전쟁에 다시 불이 붙을 조짐이다. 터키가 키프로스섬 남쪽 해역에서 또다시 천연가스 시추에 나서면서다. 키프로스공화국(키프로스)은 터키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불법 행위를 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키프로스 대통령실은 1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터키가 국제적인 불법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면서 “유럽연합(EU) 등의 불법행위 중단 요구를 도발적으로 무시하고 동지중해에서 해적국가가 됐다”고 맹비난했다. 이미 자신들이 프랑스와 이탈리아 에너지 기업에 시추 허가를 내준 해역에서 터키가 무단으로 가스 시추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터키 외무부는 같은 날 “시추선 야우즈가 전날 북키프로스튀르크공화국(북키프로스)의 허가를 받아 키프로스섬 남쪽 ‘G’해역에서 세 번째 시추 작업을 벌였다”고 공개했다. 터키가 키프로스 해역에서 천연가스 시추를 시도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로, 작년 작년 5월과 7월에도 세 차례에 걸쳐 시추선을 파견해 키프로스의 항의를 받은 바 있다.

한때 에너지 불모지로 여겨졌던 동지중해에선 최근 대규모 가스전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이해당사국간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960년 영국에서 독립한 이후 키프로스와 북키프로스로 분단된 키프로스 섬 일대가 시끌시끌하다. 국제법적으로는 그리스계 주민이 대다수인 키프로스만 정식국가로 인정받지만, 터키는 친(親)터키계 정부가 들어선 북키프로스의 보호국 역할을 하며 자원 개발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북키프로스도 이 일대에 매장된 천연가스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논리다.

반면 키프로스 정부는 북키프로스가 유엔이 인정한 정식 국가가 아닌 점을 들어 터키와 북키프로스가 체결한 자원 탐사 협정은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키프로스는 지난달 터키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기도 했다. EU 역시 터키의 가스 시추와 관련된 개인 및 단체를 상대로 여행 금지, 자산 동결 등의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해 긴장은 계속 고조되고 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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