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팜 ‘불평등 보고서 2020’ 발간
“성차별적 돌봄노동 빈부 확대 불러”
옥스팜 '불평등 보고서 2020' 캡처

전체 아프리카 여성(3억2,600만명)이 가진 재산을 다 합쳐도 글로벌 상위 22명의 남성이 지닌 ‘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빈부 격차가 이처럼 통제 불능 수준으로 자리잡은 기저에는 ‘성차별적 경제구조’가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국내에서도 논란이 큰 ‘대가 없는 돌봄노동’을 여성이 책임지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 한 극단적 불평등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다.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0일 발표한 ‘불평등 보고서 2020, 돌봄노동에 관심을 가질 시간’을 통해 심각한 빈부 격차 실태를 다양한 수치로 제시했다. 지난해 자산 10억달러(약 1조1,580억원)가 넘는 억만장자 2,153명은 세계 인구 60%(46억명)보다 재산이 더 많았고, 상위 1%가 축적한 부는 90%(69억명)가 가진 재산의 두 배가 넘었다.

불평등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억만장자 규모는 10여년 전인 2008년(1,125명)과 비교해 47%나 늘었으며, 3명 중 1명은 유산 상속으로 부를 쌓은 것으로 추정된다. 낮은 세율과 탈세 등을 활용해 일단 재산 규모가 특정 수준을 넘어서면 가만히 앉아 있어도 재산이 불어난다는 게 보고서의 분석이다.

옥스팜은 불평등이 고착화한 주요 요인으로 성차별적 돌봄노동을 지목했다. 지구촌에서 하루에 15세 이상 빈곤층 여성이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총 125억시간의 돌봄노동을 하는데,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정보기술(IT) 산업의 3배에 달하는 연간 10조8,000억달러(약 1경2,500조원)로 추산된다.

종사자 3명 중 여성이 2명 꼴인 유급 돌봄노동도 환경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가령 강제 노동에 처한 여성 가사도우미 340만명이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임금은 매년 10억달러에 이른다. 전 세계 가사도우미 인력 중 일반 근로자처럼 ‘동일 노동ㆍ동일 임금’의 노동법 보호를 받는 이는 10%에 불과하다. 아미타브 베하르 옥스팜 인도 대표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여성의 무급 돌봄노동은 경제-기업- 사회의 세 바퀴를 움직이는 숨겨진 엔진이지만 지금까지 정당한 대가는 없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앞으로 돌봄노동 문제가 경제적 불평등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구 고령화로 2025년까지 추가 돌봄을 필요로 하는 대상은 1억명이나 증가하는 반면, 공공서비스 예산은 줄어 양질의 돌봄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더 많은 여성이 열악한 조건의 돌봄노동을 떠안게 되고 이는 곧 빈부 격차 확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옥스팜은 대책으로 국가가 나서 돌봄체계에 집중 투자하고 부유세를 포함한 진보적 조세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특히 글로벌 상위 1% 부자의 재산에 향후 10년 간 0.5%의 추가 세금만 부과해도 1억1,700만개의 돌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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