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왕태석 선임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무혐의”라는 심재철 대검찰청 반부패ㆍ강력부장(검사장)의 입장에 대해 직속부하인 양석조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 면전에서 항의한 ‘항명 파동’과 관련, ‘양 선임연구관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취지의 글이 검찰내부망에 올라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는 ‘검찰 내부의사결정 비밀 엄수, 시스템보호’라는 제목으로 글이 올라 왔다. 박철완(48ㆍ사법연수원 27기) 부산고검 창원지부 검사는 “오늘 아침 동료 한 분이 심 검사장과 양 선임연구관 사이에 있었던 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보내와 게시한다”고 밝혔다.

박 검사가 익명의 검찰 관계자를 대신해 올린 글에는 “섣불리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염려가 되지만, 함께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이 들어 말씀을 드린다”며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고 전제한다면, 저는 양 선임연구관의 행위는 그 내용이 무엇이든지 간에 매우 부적절하고 적법절차원칙을 어긴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적혀 있다.

이 글의 작성자는 먼저 “수사의 공정성을 위해 개인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수사 과정에 적법절차를 준수하고 증거평가 및 기소여부 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균형 잡힌 시각을 갖도록 해주는 시스템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 안에서 자유롭게 서로의 의견을 논의하면서 보다 공정한 결론을 찾아가는 것이며, 그 과정은 철저한 비밀엄수의 보안유지가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회의 이후 대검 의견에 따라 조 전 장관은 기소가 되었고, 심 검사장이 회의 과정에 의견을 피력한 것 외에 다른 불법적인 행위를 한 것이 없다면 양 선임연구관의 행동은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것에 대한 공격과 비난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작성자는 또한 “상관인 심 검사장이 양 선임연구관이 대검 회의 과정에 조 전 장관에 대한 기소의견을 들먹이며 ‘니가 검사냐’라고 공개적으로 공격했다면, 과연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라고 물으며 “수사의 대의나 명분이 크면 그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개진하면 안 되는 것이냐”, “나의 생각이 정의이기 때문에 나의 생각과 반대되는 의견은 부정의나 권력의 부당한 개입이 되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또“검찰 수사시스템의 공정성을 믿기 때문에 적어도 (조 전 장관) 수사 결과에 대해서는 그만한 근거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한다”면서도 “양 선임연구관이 상가에서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과거 국가권력에 의해 부당하게 수사의 공정성이 침해받은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무엇이 다른 것인지 구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최소한 내부 결정과정상의 의견에 대해서는 비밀이 지켜지고,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누군가가 어떤 불이익을 입지는 않는 것이 최소한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기본”이라고 글을 끝맺었다.

글을 대신 올린 박 검사는 “토론 과정이 공개될 경우 내부 토론자가 외부를 의식하게 돼 토론이 진실되고 치열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이런 민감한 이슈가 계속 제기될 텐데, 낯설고 괴롭더라도 함께 사유의 대상으로 삼아 살피고, 결론을 내어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18일 한 대검 간부의 장인상 상갓집에서 양 선임연구관이 심 부장을 향해 “당신이 검사냐” “조 전 장관이 왜 무혐의냐”고 언성을 높이며 소란이 벌어진 바 있다. 심 부장은 서울동부지검이 조 전 장관을 불구속 기소하기에 앞서 열린 간부 회의 등에서 ‘조 전 장관은 무혐의’라는 입장을 밝혀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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