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 병원 측과 갈등을 빚어온 이국종 아주대 경기 남부권역 외상센터장이 20일 언론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 달 병원에 복귀할 예정이지만 센터장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당장 그가 이끌어온 외상센터와 닥터헬기 운영이 차질을 빚어 환자 치료 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현장의 의료인들과 의대교수들은 당장 닥터헬기가 운영을 멈추고, 환자들이 갈 곳을 잃는 상황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이 센터장이 사임을 하면 사실상 그가 되살리다시피 한 아주대 외상센터는 적잖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아주대 외상센터는 2012년 ‘중증환자 더 살리기 프로젝트’를 도입하면서까지 중증외상환자 치료 시스템 개선에 나섰지만 그 해 정부의 권역외상센터 지정에서 탈락했다. 이런 가운데 이 센터장이 나서 경기도와 함께 아주대 병원의 권역외상센터 지정 당위성을 널리 홍보하고, 결과적으로 2013년 보건복지부의 재지정을 끌어냈다. 이후 이 센터장이 이끈 아주대 외상센터는 2016년 정부 평가 1위를 달성할 정도로 성장세를 탔다. 사실상 다 죽어가던 아주대 외상센터에 인공호흡을 해 생환시킨 것이다. 의료인들도 “이 센터장이 지니고 있는 상징성이 대단하다”고 대부분 인정할 정도이다. 이러한 이 센터장이 손을 놓는 순간, 과거의 위상을 유지하기는 쉽지 않으리란 전망이다.
다만 이국종 센터장이 겪고 있는 병원과의 갈등은 냉정히 말하면 아주대병원에 국한된 것이어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많다. 모 대학병원 외상외과 교수 A씨는 “이 교수의 상징성이 커서 그렇지 솔직히 말하면 이 교수가 재직하고 있는 아주대병원은 경기도에서도 남부지역의 중증외상환자를 담당하고 있을 뿐”이라며 “전국적으로 권역외상센터 15개가 운영되고 있고, 아주대병원에서도 이 교수 혼자 모든 환자를 담당한 것이 아니라 (사직하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권역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검사가 마무리 돼 21일부터 현장 복귀하는 닥터헬기에 대해서도 전망이 엇갈린다. 닥터헬기는 그동안 소음 이슈가 컸는데, 이 센터장이 이에 대한 민원과 병원 측의 견제를 막아냈기 때문에 지난해 9~10월 25차례 현장 출동해 한 번도 실패 없이 환자이송을 달성할 정도로 성과를 낼 수 있었다. 당연히 이 센터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 닥터헬기의 위상도 흔들릴 수 있다. 하지만 경기도는 “이 센터장의 사직과 관계 없이 닥터헬기 운영을 계속한다”고 밝혔다.
의료인들도 닥터헬기 운영자가 아주대병원에서 다른 경기도 권역 병원으로 바뀌어도 큰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모 대학병원 외상외과 교수인 B씨는 “우리병원에서는 닥터헬기 관리를 외상센터가 아닌 응급의료센터에서 관리하고 있다”며 “응급상황에 대비해 훈련은 받았지만 환자 이송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담당하고 있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박재찬 보건복지부 응급의료과장은 “닥터헬기는 전적으로 헬기를 운영하고 있는 의료기관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라며 “외상외과 전문의가 반드시 헬기를 타야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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