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일부러 그물 쳤다’ vs ‘개체수 늘었다’ 의견 ‘분분’
최근 경북 동해안에는 수협 위판장마다 고래가 화제였다. 바다의 ‘로또’라 불리는 길이 5m 이상의 대형고래가 동해안에서만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약 한 달간 5마리나 발견됐다. 지난 20일 포항 앞바다에서 몸길이 3.6m, 몸통 1.7m의 밍크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나타났다.
고래는 세계적으로 포획이 금지돼 있다. 바다에 다른 고기를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에 걸려 죽은 혼획이나 어떤 이유로 죽어 떠다니는 것을 발견하더라도 해경에 신고한 다음 판매할 수 있다. 일부 종류의 고래는 신고해도 판매가 불가능할 수 있다. 최근 바다의 ‘로또’라는 고래가 잇따라 죽은 채 발견되자 “우연일 것”이라는 분석 속에 “일부러 고래 길목에 그물을 쳤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디.
해경은 이런 의혹을 “지나친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울진해양경찰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10일 발견된 혹등고래는 보호종으로 포획은 물론 죽은 것을 발견했더라도 판매를 할 수 없다”며 “열흘 후 발견된 밍크고래도 죽은 지 한 달 가량 지나 부패가 심해 고의성과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의심의 눈길은 쉽게 거둬지지 않고 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달려 몸값이 비싼 데다 과거엔 일부 이런 의심을 살 만한 일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영덕 창대항 앞바다에서 그물에 걸려 죽은 밍크고래는 죽은 지 열흘이나 지난 것으로 추정됐지만 수협 경매에서 7,130만원에 낙찰됐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울산 해경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밍크고래가 1억7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2월 20일 울진 죽변항 앞바다에서 발견된 밍크고래도 죽은 지 한 달이 지나 부패가 심했지만 낙찰가가 2,300만원으로 발견한 어선은 짭짤한 수입을 올렸다.
고래 고기는 동해안 최대 수산시장인 포항 죽도시장에서 1㎏ 25만원, 120g 한 접시 약 3만원으로, 한우 등심 1등급 소매가 9만원보다 훨씬 비싸다.
황보관현 포항 구룡포수협 중매인조합장은 “동해안에 요즘 고기가 잡히지 않아 어민들 형편이 어려운 상황에서 짧은 시간 대형고래가 많이 발견돼 여러 의심을 할 수 있다”며 “과거 고래가 많이 나타나는 곳에 그물을 싣고 다니는 어선들이 종종 있었지만 자취를 감춘 지 오래”라며 의혹을 일축했다.
또 최근 대형고래 혼획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언론에 많이 오르내린 때문으로, 실제로 혼획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울진해경에 따르면 울진과 영덕 연안에서 돌고래를 포함해 죽은 채 발견된 고래는 2017년 446마리에서 2018년 316마리, 지난해 305마리로 조금씩 줄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또 고래 보호 정책으로 개체수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다.
포항 죽도시장 한 고래고기 전문판매점 주인은 “오징어나 꽁치 등 어획량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듯 고래도 3년 전부터 유통되는 양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그물에 걸려 죽은 고래가 많다고 해도 개체수가 크게 늘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