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 표심 노리는 제3 정당들 “이념 대결 아닌 실용 정치” 이구동성
“진영 정치에서 벗어나 실용적 중도 정치를 실현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19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이념이 죽어야 대한민국이 살 수 있다. 국가 미래를 추구하고 국민의 안녕을 찾는 중도 실용 정치를 보여드리겠다.” (22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4ㆍ15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실용 바람’이 거세다.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는 새로운보수당은 지난 5일 창당하며 ‘실용주의 강화’를 내걸었고, 안 전 대표는 귀국 일성으로 ‘실용적 중도 정당’ 창당을 예고했다. 중도ㆍ실용 정당을 표방하는 바른미래당의 국회 대표실에는 “이념은 죽었다”는 대형 걸개그림이 걸렸다.
정치권에서 통용되는 ‘실용’이란 극단적 이념 정치와 반대 개념으로, ‘유연’ ‘중도’ ‘합리’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실용’이 정치권에 등장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사회ㆍ경제 양극화가 극심했던 노무현 정부 때도 실용이라는 말이 경쟁적으로 쓰였다. 2007년 손학규 당시 대선 후보는 ‘실용 노선’을 앞세웠고, 정동영 대선 후보도 스스로를 ‘실용적 인사’라 불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그 해 ‘창조적 실용주의’를 내걸어 대선에서 승리했고, 외교 분야 등 국정 운영에도 실용을 접목했다. 정부 이름을 ‘실용 정부’로 정할 것을 검토하기도 했다.
실용이 최근 다시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것은 조국 사태와 연말 국회 충돌 등을 계기로 중도ㆍ무당층이 증가한 데 원인이 있다. 한국갤럽이 이달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스스로를 중도 성향이라고 분류한 응답자 중 지지 정당이 없다고 답한 답변자가 31%에 달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서 살 길을 모색하는 제3의 정당들이 이념 대신 실용을 외치는 것은 표류하는 중도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이번 총선에서 실용주의가 유권자들에게 소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은 “실용이란 키워드가 위력을 발휘했던 2007년은 ‘경제’가 대선을 관통하는 핵심 의제였지만, 올해 총선은 ‘안보’와 ‘검찰개혁’이 쟁점이 될 것”이라며 “이념과 실용의 대결보다, 범진보와 통합보수 간 진영대결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용’을 내세운 안철수 전 대표의 선전 여부도 변수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상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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