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왓챠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인기를 끌자 주머니가 가벼운 Z세대(1995년 이후 출생자) 가운데 구독비용을 나눠내는 이들이 늘고 있다. 경우에 따라 비슷한 취향을 확인한 이들끼리 오프라인 모임도 연다. 업계에선 Z세대다운 행동이란 평이 나온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와 왓챠 등 주요 OTT 업체들은 일정 이용료를 내면 최대 4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영화나 드라마 등을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월 1만4,500원, 왓챠는 1만2,900원이다. 넷이서 계정을 공유하고 돈을 나눠 내면 1인당 월 3,625원, 3,225원만 내면 OTT 콘텐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원래 이 서비스는 가족이나 친지, 아주 가까운 친구들이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끼리도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안다면 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다. 때문에 이 서비스가 나온 뒤로 홀로 지내는 1인 가구가 많은 젊은이들은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모아 돈을 아끼려 들었다.
이 수요에 맞춰 아예 OTT 계정 공유를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도 등장했다. 지난해 1월부터 운영을 시작한 사이트 ‘4FLIX’가 대표적이다. 이 사이트는 이름 그대로 넷플릭스 이용자 4명을 모집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1년만에 회원 수가 2만3,000여명으로 불어났다. 넷플릭스 관련 커뮤니티로는 세계 최대 규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알뜰살뜰 푼돈을 아끼기 위해 시작된 OTT 계정 공유는 뜻 밖의 ‘동호회 활동’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4FLIX에서는 회원들이 주기적으로 오프라인 모임을 여는 경우도 있다. 특정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나 리뷰를 공유하고, 관련된 영화가 개봉하면 함께 극장에 가서 관람하는 식이다. 4FLIX 운영진 측도 “궁극적으로는 문화생활을 통해 삶의 질을 제고하는 모임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구독경제의 상징처럼 여겨진 OTT를, 다시 이렇게 공유하는 풍토는 전형적인 Z세대의 특성으로 꼽힌다. 지난해 10월 대학내일20대연구소는 연구보고서 ‘밀레니얼-Z세대 트렌드 2020’을 펴내 “최근에는 넷플릭스 콘텐츠로 영어 공부를 하는 모임인 ‘넷플리쉬(넷플릭스+잉글리쉬)’가 등장하는 등 밀레니얼ㆍZ세대의 구독서비스 사용법이 다양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물론 전혀 모르는 사람과 계정을 공유하는 경우엔 사기 등 부작용 우려가 있다. 계정 공유는 누군가가 먼저 이용료 전액을 내고 서비스에 가입한 뒤, 다른 사람들로부터 분담금을 받고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다 보니 최초 모집자가 돈만 받은 뒤 잠적하거나, 중간에 비밀번호를 변경하거나 하는 일들이 종종 일어난다.
이런 이유에서 4FLIX도 현재는 계정 공유 서비스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OTT 업체들은 아직까지는 개인 간 계정공유 거래를 두고 약관 위반이나 불법 여부 등에 대해 판단하지 않고 있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피해 예방을 위해 자신이 아는 사람들과 계정 공유를 권장한다”고 말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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