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름드리 두 나무에 초록의 나뭇잎들이 공기방울처럼 둥둥 매달려 있다. 꼭 숲에서 나무들이 광합성을 하며 산소를 내뿜는 풍경 같다. 나무 옆엔 ‘뜰’이란 단어가 새겨져 정겨움을 더한다. 지하철 7호선 청담역 지하 보행 구간(650m)에 큰 지하 정원이 들어섰다. 강남구는 27일 이곳을 ‘미세먼지 프리존(Free Zone)’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대기오염을 피해 주민들이 마음껏 숨 쉬며 산책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지상의 탁한 공기 유입을 차단하고 공기청정기 72대를 돌려 지하에 만든, 이른바 ‘미세먼지 대피소’의 등장이다.
#2. 서초구엔 ‘미세먼지 청소부’가 생겼다. 앞 유리창 아래 미세먼지 흡착필터를 탄 149대의 마을버스가 도로를 돌며 황산화물 등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를 제거한다. 서초구는 이달부터 ‘청정 마을버스’를 운행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시행한 사업이다. 구는 100여 대의 청정 마을버스 운행이 5년생 나무 8,892그루를 심은 것과 같은 미세먼지 절감 효과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의 자치구들이 연초부터 온갖 생활밀착형 방법을 동원해 ‘미세먼지와의 전쟁’에 나섰다. 겨울철 3일은 춥고 4일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삼한사미’ 현상이 반복되면서 앞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데 따른 조치다.
지난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미세먼지 오염도가 높은 상위 100개 도시 중 한국은 서울을 비롯해 44개 도시가 이름을 올렸다. 서울이 숨쉬기 힘든 도시로 불명예 리스트에 오르자 자치구들이 미세먼지 저감 정책을 내놓아 걱정에 쌓인 주민 다독이기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자치구가 미세먼지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사업은 천차만별이다. 강동구는 미세먼지를 흡수하는 촉매를 활용한 보도블록 조성을 준비 중이다.
자치구의 미세먼지 해방 노력에 서울시도 힘을 보탰다. 시는 최근 금천ㆍ영등포ㆍ동작구 등 3곳을 미세먼지 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했다. 미세먼지 취약계층이 고농도 미세먼지에 노출되지 않도록 환기 기기를 비롯해 지능형 공기 세척실과 식물벽 조성 사업 등을 우선 지원한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오래된 경유차의 도심 출입을 막고 자동차 2부제를 실시하는 등 강력한 미세먼지 예방책을 실시하고는 있지만, 쉬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어 미세먼지 수위가 높은 지역부터 변화시켜 나가겠다는 취지다.
더불어 시는 농업기술센터를 앞세워 주민들이 많이 방문하는 사무공간을 대상으로 내달 21일까지 공모를 받아 ‘그린 힐링 오피스’ 사업도 실시한다. 벽면 등 사무실 자투리 공간에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인테리어 설치를 지원해 ‘반(反) 미세먼지’ 공간 확대에 나선다. 조상태 서울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미세먼지 등 도심에서 일어나는 환경문제로 시민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로 청정한 실내 환경을 만드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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