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보고 전말… 통상적 전자결재 대신 메신저로 발송
이성윤(58ㆍ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와 관련해 윤석열(60ㆍ23기) 검찰총장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먼저 보고하면서 ‘윤 총장 패싱’ 논란에 휘말렸다. 법조계에서는 이 지검장이 통상적 절차와 다른 보고 방식을 택하면서 불필요한 논란을 빚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결과적으로 권력 수사를 지휘한 윤 총장과 ‘친문(재인)’ 인사로 분류되는 검찰 내 2인자인 이 지검장의 대립 각만 커지는 양상이다.
27일 대검찰청과 중앙지검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 지검장은 최 비서관이 23일 11시쯤 불구속 기소되자 당일 오후 2~3시 사이 법무부 검찰국에 최 비서관 사건 사무보고 자료 파일을 보냈다. 검사장인 자신이 최 비서관 기소에 유보 의견을 냈으나 송경호 중앙지검 3차장이 윤 총장 지시대로 기소한 데 대한 의견 충돌의 대목과 자신의 의견, 사건 처리 경과 등을 직접 상세히 적었다고 전해졌다.
이 지검장은 당시 통상적인 전자결재를 통하지 않고 직접 법무-검찰 내부 전산망 메신저 등을 통해 발송했다고 한다. 사무보고 내용에는 “서면조사만으로는 부족해 보완이 필요하다”“본인 대면조사 없는 기소는 절차상 문제가 있으니 소환조사 후 처리가 타당하다”는 이 지검장의 소신을 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대검에는 하루 뒤에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윤 총장 ‘패싱’ 논란을 불렀다. 이 지검장은 애초 법무부에 사무 보고를 한 23일 대검 상황실에 보고자료를 접수시켰다가 회수하면서 논란을 더 부추겼다. 이 지검장이 이정수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통해 대검에 사무보고 자료를 전달한 것은 하루 뒤인 24일 밤 10시 30분쯤이었다.
이에 대해 중앙지검은 설 연휴 중인 25일 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총장은 대부분 사실관계를 이미 잘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법무부에 보고 후 대검 상황실에도 보고자료를 내려 했지만 중요보고를 상황실에 두기보다 대검 간부를 통한 보고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부연했다. 대검 상황실에 보고서를 내면 총장에게 설 연휴 뒤에 전달될 수 있다는 점을 의식했다는 설명이다.
검찰보고사무규칙 제2조는 검찰사무 보고와 정보보고 절차에 대해 “각급검찰청의 장이 상급검찰청의 장과 법무부장관에게 동시에 하여야 한다. 다만, 특별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무부장관에게 보고한 후 상급검찰청의 장에게 보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 지검장이 추 장관에게 한 보고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순차 보고가 통상절차를 벗어났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전ㆍ현직 검찰 고위간부들은 “사무보고는 통상 실무적으로 법무부와 각 검찰청 상급기관인 고검, 대검에 거의 동시 보고해왔다”며 “이 지검장 조치는 이례적”이라 말했다. 한 수도권 검사장은 “이 지검장이 법무부 요청에 따라 대검에도 동시 보고한다고 하면 될 일인데, 괜히 책 잡힐 일을 했다. 인사권 행사도 그렇고 청와대와 법무부가 윤 총장을 지나치게 흔들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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