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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석의 우충좌돌] 독재는 아니지만 자기정당화도 위험하다

입력
2020.01.28 18:00
수정
2020.01.28 19:0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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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는 아니지만 독선이 커지고 있다

나쁜 놈보다 자신이 낫고 착하다는

자기정당화는 무능과 오만을 낳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독재’라는 비판과 비난이 보수 쪽에서 거세지고 있다. ‘문민독재’ ‘유사 전체주의’라는 표현도 나온다. 기본적 자유가 억압되고 있지는 않으니, 그 비난은 과장이다. 그렇지만 정치적 불만과 사회적 분열이 심해진 것은 사실이다. 촛불 민심도 파괴되었다. 독재는 아닌데도, 독선은 커진 느낌이 든다. 왜 이런가?

무엇보다 정부 역할은 쪼그라들고 청와대에만 무게가 실려 있다. 대통령은 경제ㆍ북한ㆍ부동산 문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만 반복한다. 부동산 문제에 자신 있다는 장담, 부동산 가격을 ‘원상회복시키겠다’는 표현들은 선한 의지에서 나왔을 순 있지만, 너무 순진한 인식을 드러낸다. 박근혜의 유체이탈 화법과는 다르지만, 대통령의 화법도 특유의 답답함을 야기하고 있다. 여러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의 착한 의지만을 강조하는 자기합리화가 그것의 특징이다.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이 겪은 ‘고초’에 대해 미안하다는 대통령의 말은 ‘우리 편’을 감싸는 자기합리화이다. 다수가 반대하는 사람을 임명한 것, 그래서 사회를 둘로 쪼개고 서로 싸우게 만든 데 대통령은 분명히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사회적 불만을 무시한 채, “국민들이 이제 그를 좀 놓아 달라”고 말한다. 다수의 분노가 ‘고초’에 밀리며 무시되고 있다.

‘우리 편’에 대한 과도한 자기정당화는 조국을 ‘죄 없는 희생양’이라고 생각하는 진보 전체에 확대된다. 그들은 조국이 황교안 같은 보수보다 나쁘지 않은데 억울하게 비난을 받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국 사태는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진보 세력이 드러낸 오만과 무책임의 문제이다. 진보의 상당수가 말로만 정의를 외치면서 보수 못지않게 특권을 누리고 있다. 이 문제를 직시하지 못하니, 진보는 보수에게조차 조롱을 받는 것이다. 민주화와 촛불 이후 처음으로 특권적 진보에 대해 사회의 불만이 끓어오르고 폭발했는데, 진보는 마땅히 희생을 치러야 한다. 좌파는 무조건 도덕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도덕성을 강조한 만큼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더 나쁜 놈이 있으니 ‘나는 착하다’고 생각하는 게 자기합리화의 위험한 함정이다.

검찰개혁은 꼭 해야 하는 과제이다. 그러나 ‘조국을 방어하고, 검찰개혁을 하자’는 구호는 자기합리화가 얼마나 당파적인지 보여 주었다. 조국 수사 및 현 정부와 관련 있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검찰 간부들을 몰아내는 모습에서도 그 경향이 반복되고 있다. 장관과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기는 하지만, 수사를 비정상적으로 방해한다는 의심을 사면서까지 인사권을 남용해야 하는가? 야당 대표였을 때 대통령은 검찰에 대한 청와대의 과도한 인사권을 비난하지 않았는가?

독재가 아닌데도, 왜 이렇게 오만하며 정파적이고 독선적인 정권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을까? 단순히 참모들이 대통령을 보좌하지 못해서? 아닐 것이다. 노무현은 대연정을 통해서라도 정파적 당쟁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했는데, 문대통령은 정치의 무능에 대한 책임을 편하게 국회로 돌리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당하고만 싸워 이기면 된다는 정당화, 나쁜 놈이 있으니 나는 착하다는 정당화는 정치를 찌질하고 무능하게 만든다.

물론 아직도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고 그것만 보면 별 문제 없는 듯하다. 그럴까? 한국당이 더 나쁜 자기정당화에 빠져 있는 덕택에 생기는 반사이익일 뿐이다. 누구는 무능한 야당이 문대통령에게 축복이라고 했는데, 그렇지 않다. 무능한 야당은 정권에 불행과 저주가 된다. 야당보단 낫다며 웃으며 자기를 합리화할 때, 정권은 무능해지고 독단에 빠진다. 민주화를 선도했던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가 여당과 청와대의 자기합리화를 돕고 있는 면이 있다. 그 지지가 지역주의를 다시 부추기는 조짐도 있다. 이런 아이러니라니! 두 당을 견제하고 변화시킬 제3의 정당이 마땅치 않은 것도 문제인데, 보수와 진보의 한심한 자기정당화가 당파 집단을 재생산하는 게 큰 원인이다.

김진석 인하대 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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