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의 집무실에는 2명의 명예보좌관이 상주한다. ‘세균맨’과 ‘루피’.
세균맨은 인기 애니메이션 ‘호빵맨’에 등장하는 캐릭터고 루피는 ‘개구쟁이 뽀로로’의 단짝이다. ‘명예보좌관’ 어깨띠까지 맨 두 인형의 자리는 정 총리의 책상 위 명패 바로 옆이다. 28일 총리 취임 후 처음으로 홍남기 경제 부총리, 유은혜 교육 부총리와 총리-부총리 협의회를 가지는 동안에도 두 명예보좌관은 자리를 지켰다.
세균맨과 루피가 명예보좌관이 된 사연은 정 총리의 국회의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의장실로 배달된 소포 안에 “웃는 모습이 너무 닮았다”는 지지자의 편지와 함께 세균맨 인형이 들어 있었던 것. 지지자는 세균맨의 ‘세균’이 정 총리의 이름처럼 ‘세상을 균등하게 하라’는 의미를 지녔다고 덧붙였다. 편지를 본 정 의장이 그 자리에서 세균맨을 명예보좌관에 임명하고 책상 위에 자리를 만들어 줬다고 한다.
또 다른 명예보좌관 루피는 ‘뽀통령’이라 불릴 정도로 아이들에게 큰 인기를 누린 뽀로로의 가장 친한 친구다. 루피 인형 역시 지지자가 보내준 선물이었다. 당시 지지자는 인형과 함께 보낸 편지에서 “눈웃음이 매력적인 정 총리와 루피의 미소가 닮았다”고 ‘주장’했다. 지지자의 정성에 마음이 흔들렸을까, 정 의장은 루피를 두 번째 명예보좌관으로 파격 임명했다. 정 의장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두 ‘특채’ 보좌관을 항상 책상 위에 모셔 놓고 외국 귀빈 방문이나 언론 인터뷰 때마다 그 의미를 소개했다고 한다.
정 총리의 지지자들은 세균의 ‘균’과 ‘러블리(사랑스러운)’라는 단어를 합성해 ‘균블리’라는 애칭을 지어주기도 했다. 정 총리의 인스타그램 계정은 지금도 균블리(@gyunvely_413)다.
정 총리가 두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명예보좌관으로 임명한 데는 지지자의 마음을 품는 자세 외에도 다양한 계층의 국민에게 격의 없이 다가가겠다는 의지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권위를 내려놓고 국민과의 소통을 강조한 국회의장 시절에 이어 국무총리가 된 지금도 세균맨과 루피는 여전히 건재하다. 국무총리로서의 행보 또한 한결 같기를 스스로도 국민도 원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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