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계파 핵심 배제ㆍ원희룡 등 영입 여소야대 승리
黃, TK 쇄신ㆍ본인 험지 출마 여부가 관건 될 듯
#서울 최고 명문고로 꼽히던 경기고를 졸업했다. 법조인 출신으로 국무총리를 지냈다. 영남권 인사들이 주류인 보수정당에서 비(非)영남 출신으로 대표직에 올랐다. 보수진영 유력 대선주자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얘기다. 한나라당(한국당 전신)의 수장이었던 이회창 전 총재의 얘기이기도 하다. 이런 ‘닮은꼴 이력’ 때문에 황 대표는 지난해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이 전 총재와 비견되곤 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이끄는 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지난 23일 출범한 이후 ‘이회창’이란 이름이 다시 여의도에 소환됐다. 황 대표가 ‘이회창식 공천 대학살’을 롤모델 삼아 쇄신의 칼을 휘두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황 대표도 지난해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전 총재를 거론하며 “그 분이 완전히 성공한 분은 아니라 (그대로) 답습할 수는 없지만, 총선 승리를 이끈 모델을 배울 수는 있다고 본다”고 했다.
황 대표가 언급한 공천 모델은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이 전 총재가 단행한 개혁공천을 가리킨다. 이 전 총재는 측근이었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총선기획단장으로 임명하고, 윤 전 장관을 앞세워 그야말로 ‘피바람’을 일으켰다. 당내 양대 계파 수장이었던 김윤환ㆍ이기택 전 의원은 물론이고 이 전 총재 본인을 정계에 입문시킨 김영삼 전 대통령(YS)계 핵심 신상우 전 의원도 공천에서 배제했다. 그 빈자리를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새 얼굴들로 채웠다.
윤 전 장관은 28일 본보 통화에서 “3김 시대 청산을 위해 김윤환ㆍ이기택 전 의원을 잘라야 한다고 했을 때 이 전 총재도 처음에는 ‘당신 미쳤냐’고 격분했다”고 돌아봤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었단 뜻이다. 그러나 과감한 쇄신 공천 결과, 한나라당은 국회 전체 의석 273석 중 133석을 얻으며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었다. 계파 싸움에 치여 강한 리더십을 확립하지 못했던 이 전 총재는 총선 승리를 발판으로 대권주자로서 ‘대세론’도 굳혔다.
황 대표가 처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팎으로 인적 쇄신 요구가 분출되고 있고, 총선 결과에 따라 황 대표의 대망론이 죽거나 산다는 점에서다. 윤 전 장관은 “인재 수혈이 여당보다 어려운 야당의 인적 쇄신은 양보다 질이 돼야 한다. 상징적인 인물을 공천 배제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관건은 텃밭인 대구ㆍ경북(TK)으로, 내가 공천을 한다면 선수를 가리지 않고 전부 바꿀 것”이라고 했다.
황 대표가 제2의 이회창으로 그치느냐, 이 전 총재를 뛰어넘는 정치인이 되느냐는 본인 선거 결과에 달려 있다. 이 전 총재는 1998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서울 종로 출마를 권유 받았으나, 낙선을 걱정해 출마하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같은 선거에서 당선돼 입지를 다졌고, 험지인 부산시장 선거 등에 잇달아 도전한 끝에 대권을 거머쥐었다. 당시 이 전 총재가 노 전 대통령과의 전면전을 피하지 않았다면 ‘역사’가 바뀌었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과 황 대표 본인을 위한 최선이 뭔지를 고민해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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