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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무산됐던 노조추천이사제… 기업은행에 첫 도입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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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이 무산됐던 노조추천이사제… 기업은행에 첫 도입될까

입력
2020.01.30 04:4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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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14층에서 기업은행 김형선 노조위원장과 윤종원 신임 행장이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차기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차기 위원장, 김형선 위원장, 윤종원 행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기업은행 노조 제공
27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 14층에서 기업은행 김형선 노조위원장과 윤종원 신임 행장이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왼쪽부터 김동명 한국노총 차기 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차기 위원장, 김형선 위원장, 윤종원 행장,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기업은행 노조 제공

IBK기업은행 노사가 ‘노조추천이사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하면서 그간 금융권에서 번번이 무산됐던 노동조합의 사외이사 선임이 다시 주목 받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기업은행에서 금융권 최초의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기업은행 노조는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임원 선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추진 등의 내용이 담긴 노사 합의문을 공개했다. 이 가운데 27일 간의 역대 최장 은행장 출근저지 투쟁을 종료하는 대가로 기업은행 노조가 노조추천이사제를 합의문에 포함시킨 게 눈에 띈다.

금융권에서 노조추천이사제가 화두로 떠오른 것은 2017년 11월 KB금융노동조합협의회가 주주총회에서 “노조가 추천한 이사를 선임해 달라”고 요구하면서부터다. 당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졌음에도 이사 선임은 부결됐고, 이후 KB금융 노조가 두 차례 더 도전했지만 결국 선임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기업은행 노조도 작년 초 추천서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도입을 추진했지만 불발됐고, 최근에는 수출입은행 노조의 시도가 기획재정부에 의해 좌절됐다.

노조추천이사제란. 그래픽=강준구 기자
노조추천이사제란. 그래픽=강준구 기자

국책은행과 대형 시중은행 노조가 지속적으로 노조추천이사제에 도전하는 건,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향과 무관치 않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노동자추천 이사제’를 포함시켰다. 같은 해 금융위원회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최종 권고안에 ‘금융사에 근로자추천이사제 도입 검토를 권고한다’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노조추천 사외이사가 선임된다고 직원 급여나 복지가 나아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2016년 성과연봉제 도입 당시만 보더라도 이사회가 거수기로 전락했는데, 중요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이사회에서 노사가 함께 경영을 감시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건전한 경영문화를 정착시키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기업은행 노조는 이번만큼은 이전보다 노조추천이사 탄생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한다. 기업은행은 주총을 거치는 시중은행과 달리 은행장이 사외이사를 제청하고 금융위원장이 임명하는 구조다. 윤종원 행장이 합의문을 통해 ‘적극 추진’을 약속했고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합의 과정에 자리를 같이 한만큼 예전보다는 분위기가 무르익은 셈이다. 전임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금융부문에서 (노조추천이사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할 필요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반대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다만 여전히 노조추천이사제에 대한 금융권의 평가는 엇갈린다. 근로자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하고 경영진 감시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긍정적 평가 한편으로, 노동이사의 책임과 권한이 모호한데 괜히 의사결정만 늦출 거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특히 노조의 과도한 경영개입을 우려해 재계 전반의 거부감이 높은 제도를 국책은행이 앞장서 추진할 경우 또 다른 ‘관치’ 논란도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은 공공기관 성격이 짙은데, 공익이 아닌 내부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노동이사를 추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특히 상대적으로 고연봉을 받는 은행원들이 이사 추천 권한까지 갖게 되면 기득권이 더 강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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