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탕 사진에 “박쥐 넣었냐” 댓글… 재독 동포도 “박쥐 먹는단 비난 들어”
“역겨워! 아시아인들은 정말 ‘인간’이 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니까!”
최근 캐나다 매체 블로그토(blogTO)가 자사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중국 음식 마라탕 사진에 달린 댓글 중 하나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박쥐탕’ 때문에 발생했다는 거짓 정보가 퍼지는 가운데 느닷없이 마라탕에 불똥이 튄 것. “박쥐 좀 그만 먹어!”, “마라탕에 박쥐 넣은 거 아니야?” 등의 조롱도 잇따랐다.
신종 코로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중국인 포비아(공포증)’가 덩달아 번지고 있다. 호텔ㆍ관광지 등 공공장소에서 중국인 출입을 막거나 중국인의 식습관을 조롱하는 식이다. 특히 일부 북미ㆍ유럽권 국가에서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아시아계 전체에 대한 기피와 차별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 아시아계 프랑스인 남성은 28일(현지시간) BRM방송 인터뷰에서 파리시내 한 스포츠센터에서 나오다 청소년 7, 8명에게 둘러싸여 “코로나바이러스가 온다”는 조롱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 재독교포 온라인 카페에도 최근 “너희 나라는 왜 박쥐와 쥐를 먹어 병을 퍼뜨리냐”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우리 교민을 중국인으로 오인해 인종차별 발언을 퍼부은 것이다.
아시아권을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서 중국인의 공공장소 출입 차단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캐나다 토론토 북부 요크리전 교육위원회에 중국에서 돌아온 가족을 둔 학생의 등교를 통제하라는 청원이 올라와 9,000여명이 서명했다고 전했다. 중국 관광객이 많이 찾는 베트남 다낭의 한 호텔은 지난 24일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투숙을 거부해 논란이 일었고, 말레이시아의 유명 관광지인 푸트르자야 모스크에서도 중국인 관광객 입장을 막았다고 한다.
훙호펑 미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건강을 더 잘 챙긴다는 ‘느낌’만을 위해 특정 집단을 기피하는 건 인종차별적 행동인데다 질병의 실제 전파 경로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박쥐탕’ 논란만 해도 박쥐가 유력한 자연(1차)숙주로 지목되는 건 사실이지만 섭취로 인한 감염 여부는 물론 직접감염인지 중간(2차)숙주가 있는지도 아직 밝혀진 게 없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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