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뽑지 않고도 광학 기법으로 혈당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삼성전자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센서로 상용화될 경우 당뇨 환자가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혈당치를 상시 관리하는 일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9일 자사 종합기술원 ‘모바일 헬스케어 랩’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혈당 측정법 소개 논문이 22일(현지시간) 발간된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최신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당뇨 환자가 혈당치를 재기 위해 손가락 끝에 피를 내는 침습(侵襲·의료기구나 체내 조직 안으로 들어감) 방식을 쓰는 반면 새로운 측정 기술은 레이저를 이용하는 비침습 방식이다. 남성현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마스터는 “비침습 혈당 측정법은 당뇨 환자의 통증과 불편함을 줄일 수 있어 1990년대부터 꾸준히 연구돼 왔지만 성과가 크지 않았던 학계의 난제”라며 “이번 연구는 기존 틀을 깨고 비침습 기술의 명확한 실험적 증거와 방향을 제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기술엔 레이저를 이용해 물질을 식별하는 ‘라만 분광법(Raman spectroscopy)’이 적용됐다. 특정 물질에 쬐인 레이저 빛이 산란할 때 물질 분자의 고유 진동에 따라 파장이 변하는 현상을 이용해 혈당을 가려내는 방식인데, 여러 물질의 신호가 섞여 있어도 식별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 연구진 설명이다. 연구진은 나아가 빛을 비스듬히 기울여 피부 아래층에 도달하게 하는 '비접촉 사축 라만 시스템'을 개발해 측정 정확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측정 기술을 센서로 구현해 당뇨 환자를 위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출시한다는 복안이다. 회사 관계자는 “혈당치를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 당뇨 환자의 여건을 감안한다면 스마트워치, 피트니스밴드 등 환자가 상시 착용할 수 있는 웨어러블 기기에 센서를 탑재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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