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급속도로 확산하는 가운데 중국 정부가 지난 23일 긴급 건설에 들어간 응급 병원도 완공 가시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우한 훠선산(火神山) 병원은 1,000개의 병상을 갖춘 2만6,900㎡ 규모로 다음달 3일부터 운영된다. 레이선산(雷神山) 병원은 1,300개의 병상, 3만2,300㎡ 규모로 이틀 후인 5일 문을 연다. 외신들은 열흘 만에 병원 두 곳을 우뚝 세운 중국의 건설 능력에 놀라움을 표하며 앞다퉈 그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30일 미국 온라인 매체 쿼츠에 따르면 이들 응급 병원의 완공이 열흘 만에 가능한 것은 전형적인 의료시설이라기보다는 대량 감염을 관리하기 위한 응급센터에 가깝기 때문이다. 쿼츠는 유명 건축회사 HOK의 스콧 롤링을 인용해 이 같이 밝혔다. 롤링은 “전형적인 병원 건설은 환자와 의료진, 주변 지역사회와 협의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고 병원 설계는 75년 이상의 지속성을 염두에 두지만 현재 중국 정부에게 이런 고려 사항은 사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신속한 설계의 실질적 열쇠는 조립식 건축이다. 공장에서 완전히 조립된 방을 건설 현장으로 옮겨 와 레고 블록처럼 맞추는 공법이다. 모든 블록을 공장에서 한꺼번에 만들 수 있고 기상 조건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에 시간을 아낄 수 있다. 쿼츠는 조립식 건축이 구조적 안전에는 문제가 없지만 에너지 소비면에서는 일반 건축보다 유리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렇게 지어진 병원은 전문화된 시설이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개조해 활용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영국 BBC는 “베이징시가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이 확산하던 2003년 4월 일주일 만에 샤오탕산에 긴급히 세운 응급 병원의 경우 사스가 진압된 후 조용히 버려졌다”고 전했다. 건축 면적 2만5,000㎡, 1,000개 병상을 수용하는 규모로 지어졌던 샤오탕산 병원은 엑스레이실과 CT실, 중환자실과 욕실 등을 갖추고 있었다.
BBC는 무엇보다 중국은 공산당이 통치하는 국가라는 점 때문에 이 같은 빠른 응급 병원 건설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관료주의와 재정적 제약을 극복하고 모든 자원을 신속히 동원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외교협회(CFR)의 글로벌 보건담당 선임 연구원인 옌중황은 “중국은 공학 수준이 높기 때문에 제 시간에 건축을 완성하기 위해 전국에서 기술자를 충분히 동원할 수 있다”며 “의약품 역시 다른 병원의 의약품을 조달하거나 공장에서 쉽게 주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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