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수도권 인구 50% 돌파]
2008년 이전 뉴스선 ‘균형 발전’
MB 이후는 ‘규제 완화’ 최다 언급
논의방향이 개발 시각 못 벗어나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말은 나면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모두 일상에서 종종 사용하는 속담이다. 두 속담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서울은 ‘목적’이자 ‘최적’을 의미한다. 오래된 속담이 여전히 사람들 사이에 무리 없이 공유되는 걸 보면 함축하고 있는 의미가 아직도 유효한 듯하다. 목적 달성을 위해, 그리고 최적의 생활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개인의 노력은 그 자체로 존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공동체 차원에서 더 큰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서울과 수도권의 과밀 문제는 오래전부터 논의되어온 사회적 과제다. 2019년에 발표된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면적은 10만6,285㎢이고, 그중 서울, 경기,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면적은 1만2,142㎢이다. 전체 면적대비 수도권은 11.4%를 차지한다. 인구 규모는 이와 전혀 다르다. 특히 2019년을 기점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을 넘어섰다. 전 국토의 약 10%에 과반수의 국민이 거주하고 있다.
탈서울 속 수도권 집중화는 심화
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수도권 지역별 인구증감을 살펴보았다. 2000년 이후 대부분 기간 서울 인구는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줄어드는 서울 인구를 능가하는 유입이 경기도에서 꾸준히 나타났다. 1990년대 경기도 분당과 일산, 평촌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1기 신도시’ 사업에 이어 2003년 참여정부에서도 서울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인구 분산을 위해 경기도 김포와 동탄을 포함한 ‘2기 신도시’ 사업을 추진했다. 이때 수도권 지역에서 총 10곳이 신도시로 개발되었다. 결과적으로 탈서울은 일부 성과를 거뒀지만, 수도권으로 그 이상의 인구가 유입되는 양상이 지속한 것이다. 수도권은 아니지만, 2012년부터는 세종시에 인구증가가 나타나면서 부분적으로는 수도권 인구 분산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수도권 문제와 관련된 사회적 논의는 언제부터, 또 얼마나 본격화되었을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 30년간 수도권을 키워드로 한 뉴스 기사를 분석했다. 관련 기사의 양은 1993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는데, 특히 2008년의 기사량은 이전 시기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사 내용을 분석해 보았을 때 두드러진 차이는 2008년 이전의 뉴스 기사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가 ‘균형 발전’이었던 반면, 2008년 이후에는 ‘규제 완화’로 나타났다. 2002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국정과제가 국가균형발전이었다.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들의 지방혁신도시로의 이전을 통해 서울과 지역의 상생을 도모하고자 했던 정책이었지만 추진이 순조롭지 않았다. 또 1994년부터 시행된 수도권 공장총량제도 비중 있게 언급됐는데, 수도권에 새로 지을 공장의 건축면적의 총량을 설정해 이를 초과하는 공장의 신축과 증축을 규제하는 제도이다.
수도권에 대한 기사가 2008년부터 급증한 것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깊은 연관이 있다. 가장 많이 언급된 ‘규제 완화’라는 점에서 드러나듯이, 수도권 개발에 대한 희망과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논의의 중심에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이 있었는데, 1982년 시행 이래 수도권 관련 규제의 최상위 법이었다. 이 법에 대한 완화요구가 계속 나타났고, 이와 함께 미세먼지나 매립지 등 수도권 환경 관련 사항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증가했다.
인구 변동과 기사 내용을 종합적으로 볼 때,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의 성공과 실패를 논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적어도 정책 목표인 ‘수도권 인구 분산’은 성공이라 말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수도권과 관련된 전반적인 논의의 방향이 규제완화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때, 당분간 수도권 문제는 추가 개발 중심의 시각에서 크게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지역 거주민의 자긍심 제고를 위하여
개인이든 조직이든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은 과업 수행 성공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수도권 과밀이 초래하는 문제들은 깊고도 넓다. 주거와 교통 등 일상의 불편은 물론이고 생활 필수 비용의 증가나 환경 문제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비효율과 문제들을 발생시킨다. 이와 함께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부동산 가격 격차가 커지면서 양 지역 주민 사이 마음의 거리도 쉽게 좁혀질 것 같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 눈에 보이는 양자 간의 차이보다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힘든 것이 우리 국민들 마음 속에 자리잡은 중앙 지향적 인식일지 모른다. 지방자치제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자기가 사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은 공고해졌지만, 이 소속감이 자긍심을 높이는 것으로 이어지기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어디에서 삶을 영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는 오롯이 개인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구조적 압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지향과 제도의 마련이 필수적이다. ‘자녀 교육을 위해서’ ‘직장 생활을 위해서’ ‘보다 많은 문화적 기회를 얻기 위해서’와 같은 거주지 선택 조건들을 비수도권 지역에서도 충분히 충족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는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그래야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집합적 비합리를 초래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수도권 집중화 문제를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루기 위해 다음 기획에서는 주택과 관련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도권 집중화의 문제와 함께 한국인들의 주거 생활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배 영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한국일보-포스텍 데이터사이언스포럼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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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 기사 데이터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서비스를 활용해 1990년 1월 1일~2020년 1월 26일까지 기간을 대상으로 추출했음. 인구 관련 통계치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http://kosis.kr)에서 추출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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