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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모유 달라고하니..." 아프리카 여성들 “성착취”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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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모유 달라고하니..." 아프리카 여성들 “성착취” 논란

입력
2020.01.30 17:47
수정
2020.01.30 20:4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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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연출된 장면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연출된 장면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젖이 잘 나오도록 도와주는 거라더군요. 그때만 해도 괜찮다고 생각했죠.”

우간다에 사는 스무살 제인(가명)은 6개월 전 병원에서 아이를 낳은 뒤 남편의 황당한 요구를 받았다. 제인이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남편은 “활력과 치유력 향상”을 이유로 젖을 달라고 조르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이런 요구는 특정 남성의 이상 행동이 아니었다. 최근 연구를 통해 우간다와 탄자니아, 케냐 등 아프리카 일부 지역 남성들이 모유수유를 강요하는 관행이 밝혀지면서 ‘성착취’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9일(현지시간) “해당 지역에서는 성인 남성의 모유수유 악습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이는 성폭력이자 강압이고, 아기의 영양 상태에도 악영향을 주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관행은 2018년 사라 오펜디 우간다 보건부 장관이 처음 공론화한 이후 현지 치암보고대와 영국 켄트대가 합동 조사에 나서면서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하지만 실제 사례를 찾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연구진은 남성 모유수유가 흔하다고 알려진 우간다 중부 부이크웨에서 여러 인터뷰를 시도했으나 실태를 알면서도 용기 있게 고백하는 이는 드물었다. 연구에 참여한 로웨나 메리트 켄트대 박사는 “쉽게 접할 수 있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한 한 남성은 “집에 점심식사를 하러 들렀을 때 모유를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나를 버티게 해주는 원천”이라고 했다. 다른 남성도 “(모유를 먹을 때면) 어린아이처럼 보살핌을 받는 기분”이라며 “중독성이 강하다”고 말했다. 피터 루쿤도 치암보고대 부교수는 “일부 지역에서는 모유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나 에이즈, 암 같은 질병까지도 치료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문제는 모유수유가 부부간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폭력 등을 수반한 억압적 가정환경 속에서 여성이 일방적으로 강요 받는다는 점이다. 한 여성은 ‘수유를 거부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으냐’는 연구진 질문에 “남편이 나를 버릴까 두렵다”고 우려했다. 모유수유를 한다고 밝힌 남성 역시 “남자가 지속적으로 요구하면 여성은 거절할 수 없다. 폭력이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심지어 아버지의 모유 집착 탓에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해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우간다 북동부 카라모자 지역의 보건 관계자들은 “모유가 부족해 정작 갓난아이들은 이유식으로 영양을 보충하고, 산모도 강제수유의 폐해로 유두 감염 등의 상처를 입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고발했다.

연구진은 정부에 전국적인 피해 규모 파악과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가디언은 “담당 장관의 문제 제기에도 아직 정부 차원의 명확한 메시지나 후속 조치는 나오지 않고 있다”며 “국가가 계속 침묵하면 그릇된 관행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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