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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젯’ 주연 김남길 “연기요? 잘 할 때까지 버틸 용기가 필요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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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젯’ 주연 김남길 “연기요? 잘 할 때까지 버틸 용기가 필요할 뿐”

입력
2020.01.31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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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사 역 맡아 하정우와 호흡

영화 '클로젯'에서 김남길은 베일에 싸인 퇴마사 허경운을 연기한다. CJ ENM 제공
영화 '클로젯'에서 김남길은 베일에 싸인 퇴마사 허경운을 연기한다. CJ ENM 제공

도발과 반항, 배우 김남길의 이미지다. 얼굴을 널리 알린 MBC 드라마 ‘선덕여왕’(2009) 출연 때부터 그랬다. 비상한 머리 하나로 미천한 신분을 뛰어넘어 신라 고위직에 오른 비담의 모습은 이후 그의 연기 활동을 관통한다.

산적 우두머리(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용의자의 연인과 사랑에 빠지는 형사(영화 ‘무뢰한’) 등. 주변부 인생 혹은 통념에 맞서는 인물을 연기해왔다. 새 영화 ‘클로젯’(감독 김광빈)에서도 다르지 않다. 김남길은 퇴마사 허경훈으로 나서 원귀에 맞선다. 다음달 5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30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김남길을 만났다.

‘클로젯’은 벽장 속으로 사라진 딸 이나(허율)를 찾아 헤매는 아버지 연상원(하정우)과 그를 돕는 허경훈을 바퀴 삼아 이야기를 전진시킨다. 상원은 사연을 듣고 찾아온 경훈을 통해 이나의 실종이 초자연적 현상과 관련 있음을 알게 된다. 경훈은 혼란스러워 하는 상원을 돕고, 두 사람은 이나의 실종 뒤에 갖춰진 비극적인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여기서 경훈은 공포의 세계를 여는 열쇠 같은 인물이다. 김남길은 차가우면서도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비밀스러운 인물 경훈을 표현해 낸다.

정작 김남길은 “무서워서 공포 영화를 못 본다”고 말했다. “사방에 거울 달린 엘리베이터를 혼자 타면, 거울로 반사된 여러 제 모습 중 하나가 갑자기 고개를 돌릴 것 같고, 운전 중 신호에 걸려 서 있을 때는 괜히 오싹해서 백미러를 못 본다”고도 했다.

그런 그가 ‘클로젯’을 택한 이유는 좀 엉뚱하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장르이고, 만드는 과정만은 (무섭지 않고)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제작에 들어가면서 감독과 함께 여러 공포 영화를 참고 삼아 열심히, 또 많이 봤다.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면 괜히 감독님에게 말 걸고, 화장실 다녀 오고” 그랬지만 “촬영장에선 전혀 무섭지 않았다.” “상원처럼 원귀에게 위협 받는 역할이 아니라 상황을 해결해야 하는 역할이라서요. 여느 공포 영화의 찜찜한 무서움보다 색다른 긴장감을 전하려는 영화이기도 하고요.”

김남길은 "요즘 시나리오가 잘 안 들어온다"며 "제작자님들아, (스타 배우) 형님들 그만 우려 먹고 나한테 시나리오 좀 줘"라고 장난스레 말했다. CJ ENM 제공
김남길은 "요즘 시나리오가 잘 안 들어온다"며 "제작자님들아, (스타 배우) 형님들 그만 우려 먹고 나한테 시나리오 좀 줘"라고 장난스레 말했다. CJ ENM 제공

호흡을 맞춘 하정우는 오래 전부터 “형”이라고 부르며 친하게 지낸 사이다. 촬영장에서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남길은 “정우 형은 연기 경험이 많아서 그런지 자신이 돋보이려고 하기 보다 큰 그림을 보고 상대와 연기 밸런스를 맞추려는 면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형은 영화 안팎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성격”이라더니 “다음엔 둘이 정통 코미디로 만났으면 좋겠다”고도 했다.

김남길에게 지난해는 의미가 남다르다. 연말 SBS연기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았다.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온 몸으로 정의를 구현하는 사제 김해일을 연기하며 최고 시청률 22%를 이끌어낸 덕이다. 성취를 누릴 만도 한데 그는 “(연기를 잘한다기 보다) 그냥 버티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잘 할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한 때”라고도 했다. “제가 자신에게 박한 스타일이에요. 누군가에게 연기로 사랑 받기를 원하면서도 정작 사랑 받으면 두려워져요. 올해 계획요? 잘 버티자, 입니다(웃음).”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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