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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세기 애타게 기다리던 우한 교민들 “돌아갈 수 있어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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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전세기 애타게 기다리던 우한 교민들 “돌아갈 수 있어 다행”

입력
2020.02.01 03: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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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차례 700명 귀국 후에도 150명 잔류 

 “부모 한쪽 중국인이라 생이별” 소외감도 

중국 우한에서 한국 교민을 수송하기 위한 정부 1차 전세기가 30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기에 앞서 계류장을 이동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중국 우한에서 한국 교민을 수송하기 위한 정부 1차 전세기가 30일 저녁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하기에 앞서 계류장을 이동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한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31일 한국행 2차 전세기를 기다리던 교민들은 “발걸음이 가볍지는 않지만 한국으로 돌아가는 게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일주일 넘게 집안에 고립된 채 꼈던 불안과 초조함에서 비로소 벗어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다만 한국으로 돌아가도 14일간 격리되는데다 검역 과정에서 혹시나 모를 결과가 나오지나 않을까 싶어 편치만은 않은 분위기였다.

교민 A씨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가족들과 집안에 머물며 영사관의 연락을 애타게 기다렸다”면서 원래 1차 전세기를 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뒤로 밀려 내심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모이는 마트는 꺼림칙하고 환자가 몰리는 병원은 감염이 무서워 아예 갈 수도 없고 음식을 배달시키기도 여의치 않았다”고 그간의 고충을 토로했다. 교민 B씨는 “1차 전세기 출발이 갑자기 미뤄졌고 전체 항공편도 당초 4편에서 크게 줄어든 터라 끝까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ㅣ.

우여곡절 끝에 전세기에 오르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이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일찌감치 한국으로 돌아온 일부 교민들이 “우한에서 왔다는 이력 때문에 14일간은 병원 진료를 받을 수도 없고 어디를 갈 수도 없는데다 친척이나 부모 입장에서도 반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교민 C씨는 “우한의 상황이 그 정도가 아닌데 국내 뉴스를 보면 불안감을 자극하는 게 너무 많다”고 불만스러워했다.

그나마 우한 교민들이 머물 시설이 위치한 충북 진천과 충남 아산 주민들이 입장을 바꿔 이들을 반기기로 하면서 마음의 부담을 조금은 던 눈치다. B씨는 “격리시설이 있는 지역의 주민들이 반대하는 모습을 뉴스로 지켜보면서 많이 괴롭고 힘들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교민들 사이에서 전세기 탑승 기준의 모호함을 비롯해 우리 외교당국에 대한 불만과 아쉬움도 터져 나왔다. B씨는 “총영사관이 전세기 탑승 공고를 내면서 자격 기준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다”며 “중국인 가족은 왜 못 가는지, 아이를 데려갈 수는 있는지 등을 놓고 교민 사회에 혼란이 컸다”고 말했다. A씨는 “아빠는 프랑스 국적, 엄마는 한국인, 아이들 둘은 프랑스 국적인데 총영사관 측에서 아무 설명 없이 1차 전세기를 태우더라”고 했다. 그런가 하면 부모 중 한쪽이 중국인이어서 가족이 다 함께 한국에 가지 못하고 한국 국적의 어린 아이들만 전세기로 보내는데도, 외교부와 총영사관이 서로 관리책임을 떠넘기느라 탑승 순서가 결국 2차 전세기로 밀린 경우도 있었다. A씨는 “아이들을 어린 순서대로 보낸다더니 그것도 아니었다”면서 “노약자에 대한 안내도 전혀 없어 교민들 일부가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두 차례 전세기 운용으로 700여명의 교민이 귀국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우한에는 150여명의 교민이 남는다. C씨는 “남아 있는 분들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어 아이들이 아프기라도 하면 큰 일”이라며 “총영사관에 누차 물어봐도 외교부에 문의하라는 대답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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