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그곳에선]<12>근절되지 않는 불법 대게 조업
본격적인 대게철을 맞은 경북 동해안에서 해양경찰과 지자체가 대대적인 불법조업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이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경북 울진에서는 몸통 길이 9㎝ 이하의 어린 대게를 잡은 어민들이 울진군과 울진해양경찰서의 합동 단속에 잇따라 적발됐다.
해경에 따르면 선장 A(66)씨는 지난달 10일 포획 금지된 체장(몸길이) 미달 대게 56마리를 잡아 울진 후포항으로 들어왔다. 이어 지난달 23일에는 어민 B씨(68)가 어린 대게 139마리를 후포항 어구 보관 창고에 보관하다 걸렸다.
수산자원관리법은 몸길이 9㎝이하 수컷 대게의 포획ㆍ보관ㆍ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수컷 대게는 9㎝이상 성장하는데 약 8년이 걸린다. 이 정도 성장해야 암컷과 교미 가능한 성어가 된다. 미성어인 9㎝이하 수컷 대게를 포획하면 자원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암컷 대게는 체장과 상관없이 무조건 금지다. 암컷은 수컷보다 훨씬 작아 찐빵만 하다고 해서 ‘빵게’라 불리는데 한 마리가 한 번에 3만~5만개의 알을 낳는다. 알이 부화해 성체가 되는 비율을 1%로 가정해도 한 마리를 잡으면 300~500마리의 대게 자원이 사라지는 셈이다.
불법 조업으로 당국에 적발된 어민들은 대게 자원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단속이 심해지자 포획 금지된 대게를 잡거나 유통시키는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경북 포항에서는 주택가 골목 안 PC방에 암컷 대게 1,200마리를 숨겨 놓은 일당 2명이 포항해양경찰서에 적발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PC방 운영이 어려워 범행을 계획했다고 진술했다. 해경은 이들에게 암컷 대게를 넘긴 공급책 추적에 나섰지만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문기 포항해양경찰서 수사과장은 “대게 불법 조업은 흔히 범행을 저지른 사람이 계속 하는데 현장을 적발해도 ‘처음이다’며 발뺌한다”며 “대게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다 보니 단속을 강화해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불법 조업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포항 남구 구룡포읍의 한 대게 상인은 “어린 대게와 암컷 대게를 잡거나 유통을 하다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며 “포획 금지된 대게를 팔아 얻는 이익이 더 많기 때문에 근절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불법 조업으로 어민간 다툼도 커지고 있다. 최근 동해에는 자망어업 어민들이 연안 통발어업 어민에 항의하며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자망어업은 어군 통로에 네트 모양의 긴 그물을 쳐놓고 대게가 그물코에 엉키도록 해 잡는 방식이다. 설치부터 회수까지 10∼20일이 소요된다. 통발어업은 대게를 비롯한 각종 해산물을 유인하는 먹이를 사용해 가두는 방법으로, 2∼3일이면 회수된다. 대게를 일부러 꾀어내는 방식이라 자망보다 어획강도가 높다. 현행 수산업법은 수심이 420m 되지 않는 얕은 바다에서 대게 통발어구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자망 어민들에 따르면 최근 통발 어선은 행정기관의 감시가 소홀한 야간에 수심 420m도 되지 않는 연안수역에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통발을 설치하고 있다. 여기다 부표도 없이 바다 밑에 쳐놓으면서 통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자망 로프가 끊어지는 등 피해도 상당하다. 대게 통발은 길이 1㎞의 로프줄에 80여개 정도 달려 있다. 어민들은 80개 정도 달린 한 개의 틀(어구)을 10곳 이상 던져 놓는다.
김해성 경북대게어업인연합회장은 “자망 어선이 보통 2, 3톤 규모에 승선 인원이 2명 정도인데 반해 통발 어선은 이보다 톤 수나 승선 인원 모두 3배 가량 더 크고 많다”며 “행정기관이 불법조업 단속에 예산과 인력 지원을 강화하지 않으면 대게 자원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다”고 말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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