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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흡연은 처벌 대신 치료ㆍ재활에 초점 맞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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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초 흡연은 처벌 대신 치료ㆍ재활에 초점 맞춰야”

입력
2020.02.04 01:00
수정
2020.02.04 09:3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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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사건 전문 박진실 변호사 인터뷰

“비범죄화로 교도소 내 전파도 막아야”

[저작권 한국일보] 박진실 변호사는 “대마 흡연은 법률상 분명한 범죄지만, 처벌 대신 다시 마약의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치료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낫다”고 말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박진실 변호사는 “대마 흡연은 법률상 분명한 범죄지만, 처벌 대신 다시 마약의 길에 들어서지 않도록 치료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죽음의 늪에 빠져드는 투약자는 늘고 있다. 증가할 순 있어도 줄어들 순 없는 게 마약사범이다.”

지난해 클럽 버닝썬 사건이 불거지자 마약범죄의 심각성과 불법적인 유통구조 등 마약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그러나 사건이 터진 지 1년이 지난 현재,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못할 정도로 관심은 급격히 수그러들었다. 수년 간 마약 사건을 전문적으로 접해온 박진실 변호사의 눈에는 이런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게 보인다.

지난달 30일 서울 서초동에서 만난 박 변호사는 “엄벌주의를 통한 마약과의 전쟁은 전세계적으로 거의 실패했다”는 점을 들면서, 우리나라도 대마초 흡연을 비범죄화 할 것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강력사건 사범들은 수감되면 갱생이 되기도 하지만, 마약사범은 3년 이내 다시 수감되는 비율이 80%에 달할 정도로 중독성이 높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가 말하는 ‘비범죄화’는 법률상 범죄는 분명하지만 형사처벌 대신 치료와 재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다소 급진적으로 보이지만, 박 변호사가 이런 결론을 내리게 된 배경에는 마약사건을 오랫동안 지켜본 경험이 깔려있다. 그는 2004년 마약전담 재판부에서 국선변호인으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16년간 마약사건을 맡았다. 박 변호사는 “대마로 처음 마약을 접한 투약자가 점차 더 강한 마약을 찾게 될 것이라는 ‘관문효과’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가 만난 다수의 의뢰인 중 대마 투약자는 다른 마약은 손을 안 대고 대마만 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것이다. 간혹 더 강력한 마약에 빠져드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교도소에서 다른 마약사범에 노출된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책과 박사논문을 통해서도 “대마 흡연을 비범죄화 하자”는 주장을 줄곧 해왔다.

그는 “비범죄화를 대마 비흡연자에게 대마 흡연을 허용한다는 의미로 해석해선 곤란하다”고 설명했다. 비범죄화는 교도소가 수많은 대마 전과자들로 더욱 과밀화되는 문제를 막고, 교도소의 다른 마약사범에게서 더 심각한 먀약을 학습할 가능성을 차단하자는 취지가 담겨 있다.

만약 일상으로 돌아와 예전과 같은 삶을 꾸리기 어려운 대마 전과자들이 있다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낫다는 게 박 변호사의 설명이다. 그는 “술과 담배가 합법이지만 모두가 즐기지 않듯이 대마를 비범죄화해도 모두가 대마를 흡연하지는 않는다”며 “인식수준이 바뀌어 간통죄가 폐지됐듯 향후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비범죄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변호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사용하는 자녀들에게 마약 예방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언론에는 연예인이나 대기업 오너 자녀들의 마약사건만 보도되지만, 자신을 찾아오는 마약사건 의뢰인은 남녀노소와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청소년들은 SNS를 통해 손쉽게 마약거래에 노출되고, 해외유학을 떠나 현지에서 자연스럽게 마약을 접하는 일도 적지 않은 만큼 예방교육이 더욱 필요하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건강식품으로 알았거나 다이어트, 성기능 강화 등의 목적으로 안일하게 접했다가 중독에 빠지는 경우가 많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한국일보가 2018년 전국 교정시설 20여곳의 전과 3범 이상 마약사건 수감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마약류를 처음 접한 나이’는 20대와 10대가 각각 31.4%와 25.6%로 가장 많았다.

글ㆍ사진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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