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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나 손학규야’… 최측근 등돌리고 당 껍데기 남을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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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나 손학규야’… 최측근 등돌리고 당 껍데기 남을 판

입력
2020.02.05 04:3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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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열 탈당, 퇴진 요구 측근들 해임… “孫, 당권 안 놓고 위상 착각… 100억 자산 당 사유화 무리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최측근인 이찬열(3선ㆍ경기 수원갑) 의원이 4일 탈당했다. 2009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손 대표의 전폭적 지지에 힘입어 원내에 입성한 이 의원은 2016년 10월 손 대표와 함께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고, 2017년엔 그를 따라 국민의당에 합류했다. 손 대표가 바른미래당 대표를 지내는 동안에도 늘 그의 편에 섰다. 그랬던 이 의원은 “비정한 정치판이지만 저라도 의리와 낭만이 있는 정치를 하고자 했다”며 “그러나 이제 한계인 것 같다”고 했다.

이 의원의 전격 탈당으로 손 대표는 벼랑 끝에 섰다. 당의 창업주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이 손 대표와 당권 갈등을 빚다 당을 떠난 데 이어 측근들에게도 퇴진 압박을 받는 처지가 됐다. 손 대표는 자신의 퇴진을 설득해 온 또 다른 측근 주승용ㆍ김관영 최고위원과 임재훈 사무총장, 장진영 비서실장 등도 4일 무더기 해임했다. 대표직 사수를 위해 측근들을 스스로 쳐낸 것이다.

박주선ㆍ김동철 등 당내 호남 지역 의원들은 손 대표가 10일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집단 탈당하기로 뜻을 모았다. 원내대표를 지낸 김관영 의원은 6일 호남계 의원 중 가장 먼저 탈당을 선언할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계가 탈당하고 나면, 당내 안철수계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원총회에서 자신들의 징계안을 올려 ‘셀프 제명’한 뒤 안철수신당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의원들의 순차 탈당이 현실화하면 2018년 초 현역 의원 30명으로 출발한 바른미래당은 의원이 1명도 없는 원외 정당이 된다. 사실상 껍데기만 남는 것이다. 이찬열 의원 탈당으로 바른미래당은 이미 원내 교섭단체(소속 의원 20명 이상) 지위를 잃었다.

고립무원의 상황이 됐음에도 손 대표가 당권을 내려놓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는 5일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지명직 최고위원, 사무총장 등 당 지도부를 자신과 가까운 원외 인사들로 전원 교체할 예정이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안 전 대표 탈당 이후 수많은 사람이 퇴진을 설득했지만 손 대표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손 대표는 대표직을 내려놓는 순간 정계은퇴에 내몰리게 된다. 당 안팎에서는 ‘손 대표가 100억원에 가까운 당 자산을 사유화하기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뒷말도 오르내린다. 한 당권파 인사는 “손 대표는 지금도 사석에서 ‘나 손학규야’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스스로의 위상을 착각하는 것”이라고 했다.

손 대표는 국민의당에서 갈라진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 호남 기반 소수 정당들과의 통합으로 당을 살린 뒤 공동대표를 맡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한다. 그나마 당내 호남계 의원들이 손 대표를 떠나지 않아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안철수신당이 뜨면 당직자들도 대거 옮겨갈 것”이라며 “손 대표 혼자 남아 무슨 정치를 하겠다는 건지 답답하다”고 했다.

이서희 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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