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이 당초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비위 관련 제보를 받고 범죄첩보 보고서 형태로 가공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제보 내용에 손을 댄 적이 없다는 청와대 해명과는 크게 어긋나는 대목이어서 향후 법정에서 진실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공소장에 2018년 지방선거 이전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수사 과정을 38쪽에 걸쳐 다뤘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송철호 울산시장 등 13명의 공소장은 총 71쪽 분량이다.
검찰은 특히 문해주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김기현 전 시장 관련 소문을 범죄첩보서 형태로 가공한 경위를 구체적으로 담았다. 문 전 행정관은 2017년 10월 9일 송 시장 선거캠프의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진정서(울산시)’라는 제목의 문서 파일을 받은 뒤 제목과 내용을 수정해 ‘지방자치단체장(울산광역시장 김기현) 비리 의혹’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시장의) 비서실장이 ○○○와 골프를 치고 일주일 뒤 ○○○ 승진’이라는 대목은 ‘비서실장이 ○○○에게 골프 접대 및 금품 수수하고 일주일 뒤 ○○○ 승진’으로 둔갑하는 등 일부 내용은 부풀려지기도 했다. ‘가급적 지역 건설업체를 이용할 것을 권유ㆍ요청’이라는 표현도 ‘건설사에 압력 행사’로 수정됐다. 검찰은 문 전 행정관 혐의에 대해 “범죄첩보서를 작성하면서 진정서에 있는 내용을 임의로 변경하거나 단순한 소문을 기정사실로 단정했다”고 판단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청와대 행정관의 가공 의혹이 제기되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사실이 아닌 허위 조작 보도”라고 맹비난했다. 당시 윤 수석은 “문 전 행정관이 제보를 받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은 맞지만 제보 내용에 새로운 비위 내용을 추가하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검찰은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이 2017년 8월 울산경찰청에 부임한 이후 청와대 하명을 받아 표적수사를 벌인 경위도 구체적으로 담았다. 황 전 청장은 정보경찰들에게 “정보경찰이 밥값을 못한다”, “선거사건 첩보를 수집하라”고 강조했고, 수사 담당자들에게도 “울산지역 토착세력인 (김기현) 시장과 국회의원 등 친인척 비리에 대한 사정활동을 강화하라”고 강조했다는 게 검찰 조사 결과다. 하지만 황 전 청장은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정보경찰이 시대에 맞춰 국민이 요구하는 역할 담당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야기했고, 진행 중인 사건 열심히 챙기라는 정도였다”고 반박했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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