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조사… 수도권 24곳 중 4곳은 필터 없고 9년 이상 노후 필터도 수두룩
거주민이 직접 교체해야… 환기장치 위치조차 모르는 경우도
실내 공기 정화를 위해 아파트 세대마다 환기장치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필터를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최대 9년까지 오래된 필터가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체 주기를 넘긴 필터는 공기정화 성능이 떨어져 오히려 미세먼지에 더 심하게 노출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수도권 소재 아파트 24개소를 대상으로 아파트 환기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4개소에는 아파트 내 환기장치에 필터가 없었고 나머지 20개소에 설치된 필터도 교체 시기가 지난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소비자원의 조사 대상 아파트는 환기설비 설치 의무화 대상인 2006년 이후 건축된 100세대 이상 아파트다.
국토교통부의 환기 설비 유지관리 매뉴얼은 필터를 3∼6개월마다 교체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필터가 설치된 20개소 모두 2~9년간 필터 교체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필터에 먼지가 쌓여 있고, 일부 필터에는 곰팡이가 생겨 있기도 했다.
소비자원이 20개소의 필터를 수거해 분석을 진행한 결과, 이 중 14개 필터가 공기 정화 성능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현재 국토교통부에서 입법예고중인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른 환기성능 기준이 60%다. 필터의 공기정화 성능이 떨어지면 환기를 하더라도 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돼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파트 내 공기정화장치는 주로 베란다, 보일러실 등에 설치돼 있어 거주자가 필터를 관리해야 한다. 그러나 조사대상 24개소 중 7개소의 거주자는 환기설비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지 못했고, 거주자가 필터에 내구연한이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곳도 18곳이나 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미세먼지 주의보ㆍ경보가 발령된 날에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환기설비 가동 안내를 받지 못하는 등 전반적으로 인식이 낮다”며 “각 지자체 조례 제정을 통해 아파트 주민들에 대한 환기설비 사용, 관리, 필터교체 안내를 의무화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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