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맹추위에 감염 확산 우려… 건조하면 바이러스 생존력↑
입춘(立春ㆍ2월 4일) 뒤 급작스런 맹추위가 찾아오면서 국내에서 확산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신종 코로나의 전파력과 기온 등 날씨와의 관련성이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기습적인 한파와 같은 추운 날씨는 인체의 바이러스 저항력을 크게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6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날씨가 추울수록 신종 코로나의 위험성은 커진다. 낮은 기온으로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이 저하된다는 이유에서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체온이 낮아지면 혈관이 위축돼 혈액 순환 속도가 느려지고, 그 결과 바이러스 등을 막아내는 힘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일본 종양내과 전문의인 사이토 마사시(斎藤真嗣)는 자신의 저서에서 체온 1도가 내려가면 면역력이 30%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한 바 있다. 면역력이 낮으면 바이러스가 침투해 감염증을 일으킬 확률이 훨씬 높다. 겨울에 감기 환자가 많은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서는 손 씻기와 마스크 쓰기 이외에도 추운 날씨에 오래 노출돼 체온이 저하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예방의학과 교수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신종이어서 날씨에 어떻게 반응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체온이 떨어지면 면역력은 당연히 저하되기 때문에 추운 날씨에는 체온 유지에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상청이 발표한 체온 유지 요령을 보면, 오랜 시간 야외 활동 하는 것을 피하고 주기적으로 따뜻한 곳에서 쉬어야 한다. 또 외출할 때는 옷을 따뜻하게 입고 모자와 장갑, 목도리 등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노약자는 외부 기온 변화에 맞춰 체온을 유지하는 신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급격히 건조해진 대기 역시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가 건조한 환경을 선호하는 데다 건조한 공기는 코와 기관지 등 호흡기 점막을 마르게 해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는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한랭건조한 날씨는 바이러스의 생존력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의 일종인 중동호흡기증후군(MERSㆍ메르스) 바이러스는 영상 20도, 습도 40%에서 48시간 이상 생존했고, 영상 30도ㆍ습도 80%에서는 8시간 살아 남았다. 온도와 습도가 낮을수록 오랫동안 살아남았다는 얘기다. 다만 신종 코로나와 온도ㆍ습도와의 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춥다고 해서 사람이 많은 실내에 너무 오래 머무는 건 정답이 아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람들이 실내에 밀집해 있으면 기침과 재채기 등을 통해 바이러스가 더 쉽게 번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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