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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의 유쾌한 자신감 “보드 종목 올림픽 데뷔 구경만 할 순 없죠”

입력
2020.02.11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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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도쿄 우리가 간다] <9>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은주원ㆍ조현주 

스케이트보드 남녀 국가대표 은주원(왼쪽)과 조현주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다짐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스케이트보드 남녀 국가대표 은주원(왼쪽)과 조현주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2020 도쿄올림픽 출전을 다짐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네 바퀴 달린 나무판 위에서 도심의 자유와 질주의 쾌감을 만끽할 수 있는 젊음의 상징, 스케이트보드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첫 선을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젊은 세대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올림픽 신규 정식 종목으로 채택했기 때문이다. 스케이트보드가 처음 올림픽에 선보이는 무대에 10대 청소년 은주원(19)과 조현주(13)가 당당하게 도전장을 냈다.

은주원은 스트리트, 조현주는 파크로 서로 종목은 다르지만 이들이 보드를 타고 넘어야 할 목표는 한 가지, 올림픽 출전이다. 2018년부터 국가대표팀 1기 멤버로 활약해온 이들은 국내ㆍ국제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실력을 쌓고 있다.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해선 아직 더 많은 포인트를 모아야 하고, 더 높은 기술을 익혀야 한다. 은주원은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스트리트 부문에서 동메달을 획득했고, 조현주는 2019년 싱가포르 반스 파크 시리즈 아시아 대회 은메달을 따내며 기대를 모았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은주원과 조현주는 “사상 첫 올림픽 무대 도전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그 도전의 과정에서 오는 두근거림으로 가득하다”고 했다.

-올림픽 출전 포인트 현황은.

은주원(이하 은) “남녀 세부 종목(스트리트, 파크)에 각각 20명씩 출전한다. 다만 미국 브라질 일본 같은 강국도 국가당 최대 3명만 출전할 수 있다. 현재 올림픽 포인트랭킹은 220명 가운데 91위다. 6월까지 랭킹 싸움이 이어지므로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

조현주(이하 조) “81명 중 53위다. 지난해 올림픽 포인트가 걸린 대회에 1차례만 나서는 바람에 랭킹이 떨어졌다. 하지만 올림픽 직전까지 3~4개 대회를 더 치를 예정이다. 특히 가장 권위 있는 대회인 미국 듀투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이 난다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올림픽 본선에서 메달 경쟁력은.

조 “스케이트보드는 미국과 브라질 일본 3개국이 휘어잡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여자 파크는 10위권 내에 일본 선수가 4명이 포진하고 있고 브라질도 강하다. 스트리트는 브라질이 독주하는 가운데 미국과 일본이 뒤따르는 형국이다.

은 “남자 파크는 미국과 브라질이 10위권을 싹쓸이하고 있다. 스트리트는 일본과 미국이 강하다. 냉정하게 우리나라의 입지는 선수층이나 시설 면에서 국제 무대에서 아직 좁은 게 현실이다. ”

-지원이 부족한가.

조 “롤러스포츠연맹 등에서 국제대회 출전 지원 등 선수 육성에 많은 애를 쓴다. 하지만 당장 훈련장 시설 등 하드웨어에선 차이가 난다. 미국에는 훌륭한 조건을 갖춘 시설물이 많고 일본에는 계절에 상관없이 훈련할 수 있는 실내 파크가 많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매우 열악하다.”

은 “심지어 진천선수촌에도 스케이트보드 종목을 위한 훈련장은 없다. 선수촌 외에서 합숙과 훈련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그렇다고 열악한 시설 핑계를 댈 생각은 없다. 오히려 올림픽을 앞두고 느끼는 책임감이 더 크다. 우리가 잘 해서 성과를 내면 관심이 쏠릴 것이다. 후배들이라도 좋은 시설에서 훈련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케이트보드 대표 조현주(왼쪽)와 은주원이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스케이트보드 대표 조현주(왼쪽)와 은주원이 서울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보 인터뷰에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종목 특성상 전세계적으로도 선수 연령층이 매우 낮다. 공중 동작을 자유자재로 구사할 순발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여자부의 경우 파크 부문 세계 랭킹 1위 미수구 오카모토(13ㆍ일본)를 비롯해 사쿠라 요소즈미(18ㆍ일본), 포피 스타 올센(19ㆍ호주), 브라이턴 주너(16ㆍ미국) 등 정상급 스타 대부분이 10대다. 남자부는 조금 높은 편이지만 역시 20세 전후다. 스트리트 부문 세계 랭킹 1위 나이자 휴스턴(25ㆍ미국), 2위 호리고메 유토(21ㆍ일본), 3위 구스타보 리베이로(18ㆍ포르투갈)가 정상급 실력을 발휘 중이다.

-언제 왜 시작했나.

은 “초등학교 때 잠시 미국에 살았다. 미국은 스케이트보드가 상당히 대중화돼 있다. 그들이 보드를 타며 길가를 누비는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초등학교 5학년때 부모님께 생일선물로 스케이트보드를 받으면서 입문한 뒤 여기까지 왔다.”

조 “운동신경이 좋아 처음엔 축구를 하려 했다. 하지만 체구가 작은 탓인지 몸싸움에 밀렸다. 그러다 초등학교 2학년때 TV 프로그램을 통해 호기심을 가졌다. 어린이날 선물로 스케이트보드를 받았는데, 같은 강습을 받더라도 남들보다 습득력이 빨랐다.”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다.

은 “물론 나이가 많지 않지만, 벌써 대표팀 선수 중 최연장자다. 동생들과 함께 대한민국 스케이트보드라는 ‘문화’를 이끌어가야 하는 위치다. 경직된 선후배 관계보다 유연한 형ㆍ동생의 리더십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 “하루에 체력훈련 3시간, 기술훈련 3~4시간씩 소화 중이다. 친구들과 마음껏 어울리지 못하는 점이 아쉽다. 그래도 친구들이 SNS를 통해 응원해주면 힘이 난다”

-크고 작은 부상이 많은데.

은 “지난해 11월 뒤꿈치 부상을 입어서 기술훈련을 줄이고 체력 및 재활훈련 중이다. 기타 잔 부상은 달고 산다. 하지만 기량이 많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날이 좀 풀리면 바로 기술훈련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조 “지난해 10월 훈련 중 발목이 심하게 꺾였다. 여전히 보드를 많이 탄 날은 욱신욱신 아플 정도다. 그래도 어려서 그런지 회복이 빠른 것 같다.”(웃음)

-징크스나 루틴이 있다면

은 “새 신발을 신을 땐 꼭 새 보드를 탄다. 보드는 바퀴나 보드판이 잘 닳아 평균 1주일에 한 번 갈아야 한다. 그런데 새 신발을 신을 때 보드가 낡은 상태면 이상하게 기술 구사가 잘 되지 않는다. 기분 탓인 듯하다.” (웃음)

조 “대회에선 꼭 흰 양말을 신는다. 줄무늬나 다른 색이 들어간 양말을 신으면 이상하게 잘 안 풀린다. 물론 특별한 이유는 없다.” (웃음)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은주원(왼쪽)과 조현주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보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스케이트보드 국가대표 은주원(왼쪽)과 조현주가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보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고영권 기자

도쿄올림픽을 위해 준비 중인 ‘비장의 기술’은 뭘까. 은주원은 지난 2018 아시안게임 당시 6차 런까지만 해도 결선 진출자 8명 가운데 7위였다. 메달권인 3위와도 6.9점 차였다. 그러나 마지만 7차 런에서 ‘백사이드 360 립슬라이드’ 기술이 제대로 먹혔고, 순식간에 3위까지 오르며 대역전극을 펼쳤다.

-비장의 기술은.

은 “역시 ‘백사이드 360’이 가장 자신 있다. 말 그대로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 회전하는 기술이다. 몸과 보드가 공중에서 일체가 돼야 한다. 하지만, 올림픽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선 ‘스위치(양발의 위치를 바꿔가며 구사하는 기술)’와 ‘널리(공중에서 앞발로 노즈에 킥을 하고 뒷발로 보드를 끌어올리는 기술)’를 더 연마해야 한다. 어떤 스탠스에서도 자유자재로 보드를 컨트롤해야 고득점을 받을 수 있다”

조 “테일 슬라이드(보드 꼬리쪽을 이용해 장애물을 타고 미끄러지는 기술)다. 프론트ㆍ백 사이드 모두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

-도쿄올림픽은 어떤 의미인가.

조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우리나라에 스케이트보드 ‘붐’을 일으킬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의 경우 아직 선수층이 얇다. 스케이트보드를 시작하려는 친구들에게 좋은 귀감이 되고 싶다”

은 “3~4년 전부터 스케이트보드가 올림픽 종목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지만, 막상 정식 종목으로 지정되고 정신을 차려보니 대회가 코앞이다. 훈련하다가 힘든 순간에도 ‘이번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한 번만 더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든다. 꼭 출전권을 따 스케이트보드 문화 정착에 일조하고 싶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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