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남북협력을 막지 말라. 정부는 개성공단 재개를 즉각 선언하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 운영이 중단된 지 4년이 되는 10일 서울 광화문광장 주한미국대사관 앞. 개성공단기업협회와 개성공단 재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 150여명은 ‘희망고문’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박근혜 정부의 일방적인 개성공단 폐쇄 이후 입주 기업과 협력업체들은 치명적인 손실을 떠안았다. 문재인 정부의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도 곧 재개될 수 있다고 기대했지만 남북협력은 정부의 소극적 태도로 단 한 발자국의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의 한탄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4년 6월 문을 연 개성공단은 2007년 이명박 정부로 정권 교체가 이뤄졌지만 계속해서 몸집을 키워갈 수 있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에 따른 5ㆍ24 대북제재 조치에도 살아 남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는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 차원에서 2016년 2월 운영을 중단시켰다. 개성공단 기업들은 하루 아침에 공장 문을 닫고 지난 4년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북한 핵ㆍ미사일 개발에 들어갈 돈줄을 막기 위해 공장을 닫아야 한다’고 했지만 그 이후로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는 이어졌다. 북한은 붕괴하지도 않았다.
폐쇄 당시 124개 업체에서 일하던 남북 노동자는 5만6,000여명. 2005~2015년 누적 생산액은 32억달러(3조8,016억원)에 달했다. 북한 노동자의 임금은 중단 직전까지 월 15만원에 불과했는데 숙련 기술자는 많았다. 언어도 통했다. 중국, 베트남 등에 견줘 경쟁력이 크다고 보는 중소기업인들이 여전히 많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경제 논리로도 개성공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성공단이 다시 문을 열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2016년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의 대북제재가 대폭 강화됐기 때문이다. 국제사회의 지지, 특히 미국의 용인이 없다면 개성공단 재개는 어렵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 재개를 위한 노력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 실천은 부족하다는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쓴소리도 여전하다.
정부는 남북관계 진전으로 북미관계를 이끌겠다는 ‘한반도 운전자론’에 걸맞은 ‘창의적 해법’을 제시할 때다. 지난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후 지지부진한 북미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미국 역시 한 발 물러서야 할 때다. 물론 북한도 성실하게 핵협상에 나서 개성공단 재개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제발 3박자가 맞아 떨어져 개성공단의 문이 다시 열려야 한다”는 게 개성공단 기업인들의 호소였다.
김지현 정치부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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