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넘게 함께한 반려견 ‘꿀꿀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4개월이 지났다. 일본 도쿄로 데려온 뒤 5개월이 지났을 때였다. 꿀꿀이는 원래 신장이 좋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아픈 곳이 많아졌다. 1년 뒤 귀국할 때는 함께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같이 돌아갈 수 있다는 실낱 같은 희망도 품었다.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했지만 막상 타지에서 반려견을 보내는 게 쉽지는 않았다. 함께 슬퍼하고 위로할 가족들, 친구들이 이곳엔 없었다. 장례를 치러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있었다. 꿀꿀이가 떠나기 전 반려동물 장례 관련 일본인 지인들에게 문의도 하고, 온라인에서 정보를 찾아보기도 했다. 절에서 불교식으로 반려동물 장례를 치르는 서비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됐지만 일본은 사람의 경우 불교식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아 반려동물 장례 방식에도 영향을 준 것이다. 이동식 장례차량 서비스도 활성화되어 있는 듯했지만 쉽게 정할 수 없었다.
꿀꿀이가 떠난 날,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불교식 반려동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며 다니던 동물병원 수의사가 추천해준 곳으로 정했다. 도쿄 도심에서 멀지 않은 세타가야구에 위치한 절에 딸린 곳이었다. 불교도는 아니었지만 달리 선택권이 없었고, 주어진 환경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잘 보내주자는 목표만은 지키고 싶었다.
단체, 개별 등 화장 방식이나 장례식 유무에 따라 비용은 달랐지만 대체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장례식 중 특별히 기억에 남았던 건 꿀꿀이를 화장하기 전, 추모하는 동안 스님이 나와 꿀꿀이에게 살아 있을 때 관계를 잊고 고이 잠들라는 내용의 독경을 한 것이다. 유골을 젓가락으로 유골함에 옮기는 작업도 했다. 자리에 참석했던 일본인 지인은 사람 장례와 똑같다며 놀라워했다. 함께한 이들과 향에 불을 피우고 꿀꿀이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 것만으로도 종교에 관계없이 위안이 됐다.
장례를 치르고 난 뒤 도쿄 도심 하라주쿠(原宿)에 ‘펫로스’ 카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펫로스란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사람에게 나타나는 슬픔과 우울증 등의 정신적 어려움을 뜻하는 용어다. 유골함, 향초 등 반려동물 추모 기구를 제조ᆞ판매하는 회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혼자 와서 반려동물을 추억하다 가도 좋고, 카페 직원과 이야기를 나눠도 좋다고 했다. 서툰 일본어지만 직원과 마음 편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사실 친구나 지인을 붙들고 떠나간 반려동물 이야기를 계속하기에는 마음이 편치 않은 부분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반려동물을 추억하며 향초나 그릇을 만들고 반려동물을 보낸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물품 판매도 하기 때문에 상업성이 완전히 배제된 곳은 아니지만 그저 떠나간 반려동물을 추억하고 싶을 때 찾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 이유는 충분해 보였다.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것은 잘 보내주는 것까지도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반려동물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남겨진 이들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꼭 값 비싸거나 특별한 장례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반려동물을 떠나 보내는 이들에게 보다 믿을 수 있고, 슬픔을 위로하고,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조금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도쿄= 글ㆍ사진 고은경 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