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대구 출마 의원들 ‘봉 마케팅’에“블랙리스트 핍박하더니 뻔뻔” 비판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관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루자,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이 ‘봉준호 마케팅’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 당시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씨를 문화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 명단)에 올릴 때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을 향해서는 “이에 편승할 자격이 있느냐”는 자격시비까지 제기된다.
‘봉준호 마케팅’은 특히 봉 감독 고향이자 한국당 텃밭인 대구에서 두드러진다. 이번 총선에서 대구 달서병에 출마하는 강효상(비례대표) 한국당 의원은 지난 11일 “대구신청사 앞 두류 공원에 ‘봉준호 영화박물관’을 건립해 대구신청사와 함께 세계적인 영화테마 관광메카로 만들겠다”고 봉준호 마케팅의 불을 댕겼다. 같은 당 곽상도(대구 중구남구) 의원도 “영화관이 없는 대구 남구에서 태어나 세계에 이름을 떨친 봉 감독은 대구의 자랑이자 한국의 자랑”이라며 영화관 확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구 지역의 다른 한국당 예비후보들도 봉준호 기념관과 봉준호 공원의 건립을 약속하는 등 봉 감독을 선거 운동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과하다 싶을 정도다.
봉 감독의 수상소식에 민주당도 문화ㆍ예술 부문 활성화를 총선의 주요 정책으로 내놨다. 민주당이 12일 공개한 20여개 정책에는 문화예술인 2만여명에게 월평균 활동소득 106만원을 평균 5.5개월간 지급하고, 한국판 실리콘밸리인 ‘코리아 콘텐츠밸리’를 조성해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내용이 담겼다.
봉준호 마케팅에 쏠려 있는 정치권을 향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특히 박근혜 정부 시절 봉 감독과 송강호씨를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포함시킬 당시 여당이었던 한국당을 향한 비판이 이어진다. 이번 영화의 배급과 투자를 맡은 이미경 CJ 부회장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을 그린 영화 ‘변호인’에 투자했다는 이유 등으로 활동에 제약을 받았다는 사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의 보수 절망적이다. 봉 감독은 블랙리스트에 올려놓고 이미경 CJ 부회장은 자리에서 끌어내려 미국으로 망명 보냈던 분들 아닌가”라며 “그랬던 분들이 이제 와서 봉 감독 쾌거에 숟가락 올려놓으려 한다니 얼굴도 참 두터우시다”라고 꼬집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도 블랙리스트 논란을 겨냥해 “(한국당은) 지난 정권에서 저질렀던 숱한 핍박에 대해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시도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들 앞에 맹세하는 것뿐”이라고 일갈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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