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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김기춘•조윤선 '화이트리스트'도 파기환송 "강요죄 성립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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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김기춘•조윤선 '화이트리스트'도 파기환송 "강요죄 성립 안 돼"

입력
2020.02.13 17:46
수정
2020.02.14 00: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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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30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30일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직권남용죄 적용이 어렵다며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파기 환송했다. 연합뉴스

대법원이 박근혜 정부의 보수단체 불법 지원(화이트리스트) 의혹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의 항소심 재판을 다시 하라며 파기했다. 특정 문화계 인사 지원을 배제한 사건(블랙리스트)에 이어 화이트리스트까지 강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13일 강요죄와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 등의 상고심에서 두 혐의 모두에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2014∼2016년 전경련을 압박해 친정부 성향 보수단체에 69억원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실장은 1·2심에서 징역 1년 6월을, 조 전 장관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대법원은 “대통령 비서실 공무원이 전경련에 특정 시민단체를 지원하는 자금을 요구한 행위가 강요죄의 협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강요죄를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보수단체에게) 이익을 제공해 달라고 요구한 것만으로, 곧바로 그것을 협박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강요죄는 ‘폭행이나 협박’을 통해 권리행사를 방해하거나 의무 없는 일일 시킬 때 성립하는 범죄다.

다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자금지원 요구는 직권을 남용한 것에 해당하고, 이로 인해 전경련 부회장의 자금지원은 '의무 없는 일'에 해당한다"라며 지난달 전원합의체가 제시한 직권남용죄 법리에 따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박근혜 정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당시 전원합의체는 직권남용죄를 따질 때 '직권을 남용한 것인지'뿐만 아니라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인지'에 해당하는지 엄격히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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