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암스 오스카 캠프스 대표 인터뷰
지난 2015년 지중해를 건너려다 터키 남서부 해안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세살배기 시리아 아동 에일란 쿠르디. 이 비극적 사망에 유럽국가들은 ‘죽음의 바다’가 된 지중해 난민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나섰지만 실천은 오래가지 못했다. 유럽의 극우화에 따라 난민에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며 유럽국가들은 난민 수용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해 지중해를 건너려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난민의 수는 1,200명 안팎. 정확한 수를 집계할 길이 없어 실체적 진실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스페인의 해상구조 비정부기구(NGO)인 ‘프로악티바 오픈암스’가 유럽 ‘똘레랑스’(관용)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직원 수는 고작 25명이지만 2015년부터 이들이 구한 난민 수는 무려 6만515명에 달한다. 바르셀로나의 프로악티바 오픈암스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만난 오스카 캠프스 대표는 “바다 위에는 항해자와 조난자만 존재할 뿐 어떤 나라도, 지위도 없다”며 “우리가 하는 일은 난민 구호가 아니라 위기에 빠진 생명을 구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지중해의 난민 상황은 어떤가.
“난민들이 자기 나라를 떠나 유럽 해안에 이르기까지 최대 300마일(약 482㎞)을 항해해야 한다. 그런데 난민들이 타고 오는 배는 열악한 보트가 대부분이고 연료도 부족하다. 바다를 건너다 조금만 높은 파도가 오면 배가 부서지거나 전복된다. 난민들은 구할 틈도 없이 바다에 빠져 수장되기 일쑤다. 그런데 지중해 근처 유럽 국가는 세계에서 가장 기술이 발달하고 군사적으로 발전된 나라들이다. 드론, 위성, 레이더 등 감시 장비가 많다. 유럽연합(EU)이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이 같은 인도적 위기를 알고 있음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는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정치인도 많다
“정치인이 난민 구호에 반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다. 중요한 것은 각국 정부가 국제협약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탈리아든 스페인이든 유엔에 가입했다면 ‘국제해상인명안전협약’ 등에 따라 해상에서 위기에 처한 조난자를 구조해야 한다. 사실 바다 위에는 어떤 나라도, 지위도 없다. 단지 항해사와 조난자가 있을 뿐이다. 우리는 국제협약에 따라 조난자를 구하고, 그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이탈리아ㆍ그리스ㆍ스페인 등)에 인계할 뿐이다.”
-유럽 각국이 난민 구호에 나서지 않고 있나.
“유럽 각국 정부에 가장 바라는 일이다. 유엔과 EU가 민간 차원이든 군사 차원이든 생명구조 활동에 관여를 해 달라.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을 유엔과 EU가 맡아야 한다. 이는 세금을 받고 있는 유엔과 유럽 각국 정부의 의무다. 특히 예전에는 각국 해안경찰 등이 지중해를 떠도는 난민 선박의 정보를 제공해줬는데, 난민 반대 여론이 확산되면서 지금은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는다. 오직 육안으로 난민 선박을 확인해 구조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 몇 명이나 구조했나.
“지금까지 구조한 난민은 6만515명이다. 2015년 구조활동을 처음 시작한 이후 매년 1만5,000명에서 2만여명을 구조했다. 지중해를 건너려다 사망하는 난민은 연간 1,200여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추정치에 불과하다. 실제로 몇 명이나 바다를 건너려는 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빠져 죽은 난민 수는 훨씬 많을 것이다.”
-이 일을 시작한 계기는.
“원래는 해양 경비와 관련된 일을 했다. 2015년 시리아 난민 쿠르디가 터키 해역에서 사망한 것을 보고 난민 구조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실제로 구조활동을 하다 보면 허약한 아이나 노인이 사망한 경우를 많이 본다. 중동 군함으로부터 총격을 당한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심리 전문가의 권고에 따라 15일 주기로 교대해 구조에 나선다. 15일 정도 바다에 있다 보면 육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 굉장히 지친다. 만약 정부와 유엔이 난민 구호 활동에 나선다면 나는 원래 직업으로 돌아가고 싶다.”
바르셀로나=정지용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