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5> 카탈루냐 분리독립이 키운 스페인 '내전’ 
[저작권 한국일보] 바르셀로나 구도심에 카탈루냐 독립을 의미하는 노란 리본과 독립운동 지도자 '조르디 산체스에게 자유를'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있다. 정지용 기자

62만명이 ‘독립’을 외친 스페인 바르셀로나 카탈루냐 광장을 지난해 12월 찾았다. 광장은 두 달 여전 ‘내전’을 방불케 한 폭력시위가 벌어진 곳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평온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의 건축물 앞은 관광객으로 북적였고, 명품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그라시아 거리는 쇼핑객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도심 안쪽으로 들어가니 카탈루냐(바로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북동부 지역)의 뜨거운 독립 열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주택가인 고딕지구와 구도심 곳곳에는 카탈루냐 독립국기인 ‘에스텔라다’가 걸려 있었다. 중앙정부에 저항하는 의미로 노란 리본을 묶어 두기도 했다. ‘조르디 산체스에게 자유(Freedom)를’ 이라고 쓰인 현수막도 있었다. 지난해 10월 카탈루냐 대법원은 독립운동 지도자 산체스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곳에서 만난 바르셀로나대학 재학생 레티시아(21)씨는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해 카탈루냐 주권을 되찾고 싶다”며 “우리는 유럽의 홍콩”이라고 했다. 택시 운전사 마리오 반데스(54)씨는 “스페인 독재자 프랑시스코 프랑코(1973년 사망)가 우리 할아버지를 죽인 게 50년도 지나지 않았다”며 “스페인은 우리의 원수”라고 했다.

카탈루냐 독립운동 시위자들 점거 시위 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내전 방불케 하는 카탈루냐 독립운동 

스페인이 카탈루냐 독립운동을 둘러싸고 몸살을 앓고 있다. 카탈루냐는 스페인 중앙정부로부터 차별과 탄압을 받고 있다며 독립을 추진 중이고, 중앙정부는 강경대응으로 맞섰다. 카탈루냐 독립운동에 위기감을 느낀 스페인 우파가 결집하며 스페인의 ‘극우화’마저 감지된다.

카탈루냐의 독립행보는 지난 2017년 10월 본격화했다. 당시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스페인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강행한 뒤 90% 이상이 동의했다며 ‘독립’을 선포했다. 스페인 중앙정부는 독립운동 지도자 구속과 카탈루냐 자치권 박탈 등의 초강수로 대응했다. 아라곤 왕국에 뿌리를 둔 카탈루냐는 카스티야 왕국을 이어받은 스페인 다른 지역과 달리 독자적 언어와 문화를 가졌다. 스페인 영토의 6%에 불과하지만,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20%를 차지할만큼 경제력도 막강하다.

소강상태였던 독립운동은 스페인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산체스 등 주민투표를 주도한 정치인들에게 9~13년의 중형을 선고하며 다시 고조됐다. 62만명의 카탈루냐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주요 도로와 공항 인근을 점거했다. 시위대는 타이어를 쌓아 불을 붙이거나 도로의 차량을 불태우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항공편 110편이 취소됐다.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맞대응에 나섰다.

스페인 중앙정부가 경찰력을 총동원하면서 시위는 진정됐지만 독립운동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해 10월 시위를 주도한 독립운동단체 ‘카탈루냐의회’의 엘리센다 팔루지에 대표는 한국일보와 만나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로 편입된 게 1910년이라고 알고 있는데, 카탈루냐가 스페인에 편입된 건 1714년”이라며 “편입 이후 자치권 확대를 요구했지만 중앙정부가 거부해 독립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스페인 중앙정부와 ‘평화로운 이혼’을 하고 싶은데 중앙정부는 우리에게 테러와 반역죄를 뒤집어 씌우고 있다”며 “탄압에 굴하지 않고 독립운동을 끊임 없이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카탈루냐 독립운동 단체인 ‘카탈루냐의회’의 엘리센다 팔루지에 대표가 한국일보와 만나 시위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지용 기자
 카탈루냐 독립 움직임이 스페인의 극우화로 

카탈루냐 독립운동은 스페인 극우화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해 11월 치러진 스페인 총선에서 반(反)카탈루냐, 반난민을 외친 극우정당 복스(VOX)가 350석 하원 중 53석을 차지해 제3정당에 올랐다. 직전 총선 24석에서 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복스는 스페인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독립운동에 무기력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보수 결집과 강경 대응을 역설했다.

그러나 카탈루냐의 독립운동 열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12월 바르셀로나의 축구팀 FC바르셀로나와 레알마드리드의 축구 경기가 열린 바르셀로나 캄 노우(Camp Nou) 경기장 곳곳에는 “스페인, 앉아서 대화하라(Spain, Sit and Talk)”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렸다. 바르셀로나 홈 팬들은 경기 전부터 FC바르셀로나 응원 깃발이 아닌 카탈루냐 독립기 에스텔라다를 흔들고 ‘자유’를 외쳤다. 레알마드리드는 스페인 수도인 마드리드를 연고로 하고 있다.

물리적 시위가 다시 전개될 가능성도 있다.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자비에르 마린 바르셀로나대학 헌법학과 교수는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스페인 다른 지역을 가보면 스페인 국기가 많이 걸려 있다”며 “카탈루냐 독립운동이 스페인에 잠재돼 있던 극우주의를 촉발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중앙정부의 강력 대응에 대한 카탈루냐 지역의 반감도 크다”며 “계기만 생기면 대규모 시위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카탈루냐 내부에서도 독립운동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호텔 직원인 다니엘(50)씨는 “온 유럽이 카탈루냐 독립에 반대하고 있다”며 “독립하면 카탈루냐가 정치ㆍ경제적으로 고립돼 삶은 오히려 팍팍해질 것”이라고 했다. 바르셀로나대학 재학생 프란치스코(22)씨는 “나는 바로셀로나에서 태어났지만 부모님은 다른 지역에서 왔다”며 “바르셀로나는 이미 다문화된 사회다. 독립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카탈루냐 자치권을 강화하는 선에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바르셀로나대학의 마린 교수는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경제적 자치권 강화와 카탈루냐어(語) 사용 등을 원하고 있다”며 “중앙정부와 카탈루냐가 이 같은 협상 카드를 놓고 정치적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포토아이/ ** 스페인, 18일 바르셀로나의 누 캄프에서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스페인 프로축구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앞두고 FC 바르셀로나 축구팬들이 카탈루냐 독립 지지 대형 모자이크를 만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바르셀로나(스페인)=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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