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로부터 피 이어받는 왕족도 왕위 계승 불허
요미우리, 기존 남성 왕족만 인정키로
나루히토(왼쪽) 일왕과 마사코 왕비가 지난해 11월 도쿄에서 카퍼레이드를 하며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가 남성 왕족만 일왕이 될 수 있는 현행 왕위계승 제도를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16일 보도했다. 여성은 물론, 어머니로부터 왕실 피를 이어받은 왕족이 왕이 되는 모계(母系) 계승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동생인 후미히토(文仁) 왕세제가 일왕 1순위 계승자임을 대내외에 선언하는 4월 이후 이런 방침을 확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일본 왕실 전범은 아버지가 일왕의 피를 이어받은 남성만 왕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선 여성 혹은 모계 일왕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지난해 9월 NHK방송 여론조사에서도 “여성 일왕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74%, “모계 일왕을 지지한다”는 답변도 71%였다. 역사적으로도 1889년 여성 왕위 승계가 금지되기 전 여성이 즉위한 적이 있다.

이에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현 상왕)의 생전 퇴위를 결정한 2017년 6월 왕실전범특례법에서 나루히토 일왕 즉위의식 후 왕위계승 방안 재검토에 착수키로 한 상태였다.

일본 정부가 여성ㆍ모계 일왕을 불허하기로 한 것은 집권 자민당의 보수 성향과 무관치 않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남계 (왕위) 계승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역사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여성 일왕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앞서 자민당 보수의원 단체인 ‘일본의 존엄과 국익을 지키는 모임’은 아베 총리에게 옛 왕족이었던 남성들을 왕족으로 복귀시키는 방안을 건의하기도 했다. 여성ㆍ모계 일왕 검토를 견제하려는 목적이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여성 일왕을 인정하면 왕위 계승 1순위가 바뀔 수 있어 왕실 안전성을 위해 현행 왕실 전범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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