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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최초 감염자’ 오리무중… 비난 뒤집어 쓴 中 바이러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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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최초 감염자’ 오리무중… 비난 뒤집어 쓴 中 바이러스 연구원

입력
2020.02.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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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원생 소개코너에 이름만 덩그러니 

 행방 묘연 오해… ‘0번 환자’ 낙인 

 가장 위험한 연구소, 불신에 의혹 증폭 

 긴급공지 내고 해명, 분풀이 잦아들까 

마스크를 쓴 여성이 14일 자금성이 내려다 보이는 중국 베이징 징산공원 전망대 위에 서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마스크를 쓴 여성이 14일 자금성이 내려다 보이는 중국 베이징 징산공원 전망대 위에 서 있다. 베이징=EPA 연합뉴스

중국 우한의 한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최초 감염자인 ‘0번 환자’로 지목돼 곤욕을 치렀다. 해당 연구소가 신속하게 해명에 나서며 파장을 진화했지만, 아직 신종 코로나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명쾌하게 밝혀지지 않아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16일 환구망ㆍ텅쉰망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14일 온라인 공간에서는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의 2012학번 대학원생 황(黃)모 씨가 신종 코로나 0번 환자”라는 내용의 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황씨가 전염병의 최초 전파자인 0번 환자였고, 사망하면서 장의사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켜 신종 코로나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부실한 연구소 홈페이지가 그에게 0번 환자의 누명을 뒤집어씌운 단초를 제공했다. 진단 미생물학과 게시판에 2008~2013년 석ㆍ박사 대학원생 11명을 소개했는데, 유독 그의 프로필 소개와 사진만 빠져있었다.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지만, 황씨의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보일 소지가 다분했다.

여기에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에 대한 불신의 눈초리가 겹쳐 의혹을 증폭시켰다. 연구소는 1956년 설립한 바이러스 전문 연구기관으로, 2018년 연구소가 본격 가동한 우한 국립생물안전실험실은 병원체 위험도 최고수준인 4단계 생물안전성표준(BSL-4)을 다루는 중국 유일의 시설이다. BSL-4 실험실은 전세계적으로 54개뿐이다. 2003년 전세계에서 774명의 목숨을 앗아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ㆍ사스)은 이보다 한 단계 낮은 BSL-3에 해당하는 바이러스다.

문제는 실험실이 신종 코로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화난수산시장과 20마일(약 32㎞) 거리에 있다는 점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지난달 25일 “중국이 2017년 우한에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병원체를 연구하기 위한 시설을 세웠을 때 과학자들은 ‘바이러스가 연구소 밖으로 유출될 수 있다’며 경고했다”고 전했다. 실험실의 위험성에 비춰볼 때 중국의 안전 기준이 서구에 비해 느슨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외부와 봉쇄된 지난달 23일 한 시장에서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야채를 사고 있다. 우한=신화통신 뉴시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이 외부와 봉쇄된 지난달 23일 한 시장에서 마스크를 쓴 주민들이 야채를 사고 있다. 우한=신화통신 뉴시스

실제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박쥐 바이러스 분야 권위자인 스정리(石正麗)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자연이 준 것이고 비문명화된 식습관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지만, 다른 과학자들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바이러스가 시장에서 동물과 사람 간 접촉을 통해 변이를 일으켜 확산됐다는 논리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아닌 외부요인에 따른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상존해 연구소가 표적이 되는 상황에서 황씨를 둘러싼 소문은 꼬리를 물고 빠르게 번졌다.

이와 관련, 지난달 영국 의학저널 란셋은 “지난해 12월 1일부터 12일까지 신종 코로나 증상이 나타난 41명 가운데 화난시장에 다녀온 경우는 27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14명은 시장과 관계 없다”고 발표한바 있다. 이에 미국 조지타운대 전염병 전문가인 대니얼 루시 교수는 ‘사이언스’에 “14명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라며 “잠복기를 감안하면 최초 감염은 지난해 11월에 이뤄졌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12월 초에 시장에서 감염이 시작했다는 중국 보건 당국의 발표를 반박한 셈이다.

또 광둥성 광저우의 화난이공대 샤오보타오(肖波濤) 교수는 지난 6일 글로벌 학술 사이트 ‘리서치 게이트’에 게재한 논문에서 우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바이러스 유출의 온상으로 지목했다. 그는 “CDC가 화난수산시장과 불과 280m 거리인데다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실험용 박쥐를 대거 포획했었다”며 “연구과정에서 오염된 쓰레기에 묻어 바이러스가 전파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논란이 분분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황씨는 2015년 연구소를 나와 이듬해 쓰촨성으로 자리를 옮겨 취업한 뒤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급기야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는 16일 이례적으로 긴급공지를 내고 “황씨는 이후 우한에 온 적도 없고, 신종 코로나 감염과도 전혀 상관이 없다”고 반박하면서 “이번 소문으로 우리 연구소가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법에 따른 처벌은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확실하게 선을 긋되, 시시콜콜하게 잘잘못을 따지다가 공연히 부스럼을 낼 필요는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발생 두 달이 넘도록 최초 감염자의 정체가 불확실한 만큼, 애꿎은 마녀사냥식 분풀이가 언제든 되풀이될 수 있다고 중국 사회는 우려하고 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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