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대규모 환매중단 사태를 빚은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 일부가 원금 전액 손실까지 가능하다며 관련 검사결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 자료와 브리핑 어디에서도 금융당국의 감독 실패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의 모습 역시 보이지 않았다. “제도가 완벽했다면 좋겠지만, 사고를 미리 예단할 수 없어 유감”이라는 김정각 금융위 국장의 언급이 이날 당국이 밝힌 소감의 전부였다.
이번 라임 사태는 당국이 밝힌 것처럼, 국내 최대 사모펀드 업체가 규제의 허점을 이용해 고객을 속이고 금융사 임직원의 배를 불린 전형적인 사기 행위다. 일차적으로는 해당 금융사의 잘못이 크지만, 사태가 이렇게 커질 때까지 막지 못한 금융당국의 감독 소홀도 무시 못할 요인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15년 기업에 모험자본 공급을 원활하게 하고 금융투자를 선진화한다는 명목으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최소 투자액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내리는 등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크게 낮췄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사모펀드 시장은 2015년 200조원에서 지난해 416조원으로 두 배 이상 급성장했지만 이 기간 10여 차례의 제도 보완에서 투자자 보호 조치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대의를 위해 규제를 완화했더라도, 최소한의 감시 기능은 작동해야 한다. 겉으로 라임은 대체투자를 내세웠지만, 실제 이들이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대규모 인수한 상장사의 70% 이상은 한계 선상의 적자회사였다. 부실 회사에 투자해 생긴 부실 자산을 다른 펀드가 인수하는 ‘부실 돌려막기’까지 이어졌지만 감독 당국은 이를 잡아내지 못했다. 금감원이 지난해 8~10월 라임의 위법행위를 발견했지만 이 사실을 투자자에게 곧바로 알리거나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던지지도 않은 점도 문제다. 금감원은 “사모펀드 특성을 감안해 당국의 직접 개입보다 시장의 자율적 처리를 유도했으나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지만 반년도 더 지난 늑장공개로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감독 책임론이 커지자 당국은 “일부 금융사에서 발생한 부작용”이라며 선긋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그러나 라임은 물론,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까지 금융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흔드는 대형 사고가 잇따르는데도 계속 남의 탓만 하는 듯한 당국의 태도는 볼썽사납다. 진정한 재발방지는 뼈저린 반성 위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허경주 경제부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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