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가볼 만한 곳… 전동면 뒤웅박고을, 항아리 1700여개 ‘장관’
세종시에서 굳이 세종대왕과 인연이 있는 곳을 찾는다면 전의면이다. 전의면 소재지에는 ‘왕의 물’을 내세운 장식이 유난히 많다. 세종대왕이 인근 관정리의 초수(椒水ㆍ후추처럼 매운 맛이 난다고 해서 이렇게 부른다)로 눈병을 고쳤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이 청주 초정에 행궁을 짓고 초정약수로 치료했으나 완쾌하지 못했고, 나중에 ‘전의초수’를 1년여간 마셨다고 기록돼 있다.
약수터는 철제 울타리를 쳐서 들어갈 수 없고, 바로 위 임시 주택에서 수도꼭지를 통해 나오는 물을 마실 수 있다. 물을 담아 갈 물통을 판매하는 시설이다. 약수터 자체는 여행지로 권할 수준은 못 되고 ‘왕의 물’에 관심이 있다면 들를 만한 곳이다. 인근에는 가족 나들이에 적당한 공원이 두 곳 있다. 전의면의 베어트리파크와 전동면의 뒤웅박고을이다.
베어트리파크는 곰을 테마로 한 수목원이다. 이름만이 아니라 실제 불곰과 반달가슴곰 100여마리를 보유하고 있다.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곰은 여러 문화권에서 인간과 가장 비슷한 동물로 대접받는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해치지 않아’에서는 동물 없는 동물원을 살리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동물 탈을 뒤집어쓰고 관람객을 맞는 장면이 웃음을 자아낸다. 그중에서도 곰 연기가 가장 그럴싸하다.
베어트리파크의 곰 동산에 가면 왜 그런지 의문이 풀린다. 관람 통로가 곰 사육장보다 위에 있기 때문에 곰의 몸동작 하나하나를 내려다볼 수 있다. 관람객이 던져 주는 당근을 하나라도 더 얻어먹으려고 손을 흔들거나 벌렁 드러누워 입을 벌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진짜 사람이 곰 탈을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할 정도다. 곰 동산 주변에 다양한 형상의 곰 조각을 배치해 포토존으로 활용하고 있다.
실내 수조에서는 비단잉어 수백 마리가 군무를 펼치는 장관을 연출한다. 관람객의 발소리를 알아챈 잉어가 먹이를 먹기 위해 떼를 지어 이동한다. 날이 풀리면 곧 공원 내 야외 연못으로 옮길 예정이다.
야생의 곰이라면 겨울잠을 잘 시기인데, 항상 먹이를 제공하는 동물원의 곰은 사시사철 깨어 있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동물원 관람이 마뜩잖은 이들은 수목원 나들이가 더 흥미롭다. 베어트리파크는 설립자인 이재연 회장의 호를 딴 ‘송파랜드’ 수목원으로 시작했다. 33만㎡ 면적에 1,000여종, 40만여점의 꽃과 나무가 심겨 있다. 약 50년 가꾼 정원이어서 호젓하게 산책을 즐기기 좋다. 열대식물원 유리온실에서는 미리 봄 기운을 만끽할 수도 있다.
전동면의 뒤웅박고을 역시 봄처럼 가슴 따스한 곳이다. 뒤웅박은 박을 쪼개지 않고 구멍을 뚫은 바가지를 의미하는데, 뒤웅박고을은 항아리가 가득한 전통 장류 테마공원이다.
장과 소금을 담은 항아리 1,700여개가 운주산 자락을 그림처럼 장식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부자가 된 기분이다. 산책로 주변에는 제주에서 경기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항아리를 모은 ‘팔도 장독대’도 전시하고 있다.
정원 곳곳에 서정성 짙은 시비가 놓여 있는데, 주제가 대개 항아리와 어머니다. 정호승의 ‘어머니를 위한 자장가’가 대표적이다. ‘잘 자라 우리 엄마 할미꽃처럼 / 당신이 잠재우던 아들 품에 안겨 / 장독 위에 내리던 함박눈처럼…’ 어머니가 남긴 50여개의 장독을 버리지 않고 간직하다 장류 사업을 시작한 손동욱 설립자의 뜻이 서려 있다. 십이지지의 동물을 형상화한 석조물이나 전래동화 속 장면을 재현한 조각도 같은 맥락이다. 전통장류박물관은 옹기와 장의 제조과정, 장의 원료인 콩에 관해 전시하고 있다.
뒤웅박고을은 식당을 함께 운영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장을 원료로 한 한정식만 판매하는데 가격은 2만8,000원부터 3만8,000원 수준. 개별 관람은 무료지만 단체 관광객에게는 인당 3,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세종=글ㆍ사진 최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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