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1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임미리 교수 고발에 대해 뒤늦게 사과했다. 앞서 이낙연 전 국무총리, 남인순 최고위원이 유감을 표명했지만 지도부 사과가 없다는 비판과 함께 당 지지율이 하락하면서다. 하지만 겸허함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민심을 돌아오게 할 수 없다. 민주당은 열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팬덤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집권 이후 적폐청산을 계속 밀어붙인 것은 고정 지지층의 굳건한 지원 덕분이었다. 그 바람에 열렬한 팬덤에 눈먼 현 정권은 합리적 비판에 귀를 닫고 연대지지자의 이탈을 괘념치 않는 태도를 보였다. 법무부ᆞ검찰 갈등은 국민 피로도가 상당한데도 여전히 대결 국면이다. 비판 칼럼을 쓴 교수와 신문사를 고발하는 발상은 비슷한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공수처 입법 등에서 당과 다른 목소리를 낸 금태섭 의원 지역구에 후보자 추가 공모를 결정한 일은 또 어떤가. 금 의원 저격을 공언한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해 민주당이 공천 부적격 판정을 차일피일 미룬 것이나, 조국 전 법무장관 지지자인 김남국 변호사가 한때 금 의원에게 도전했던 것은 당이 지지층 눈치를 보느라 벌어진 일이다. 이 같은 ‘문팬’ 정치는 대선전 당시 문 대통령이 열성 지지층의 문자폭탄, 비방 댓글 등 왜곡된 지지운동을 “경쟁을 흥미롭게 만드는 양념 같은 것”이라며 옹호하면서 심화해 문 대통령 책임론마저 거론된다.
현 정권에 대한 지지는 중도와 보수까지 아울러 고공행진하다 곤두박질쳐 이젠 고정 지지층만 남았다. 17일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49.7%)는 긍정 평가(46.6%)를 앞질러 있다. 민주당 지지율은 39.9%로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과 불과 7.9%p 차이로 좁혀졌다. 지금까지는 이탈한 중도층이 야당으로 가지 않았기에 민주당은 집토끼만 잡아도 승산이 있다고 봤을 테지만 부동표는 선거기간 중 빠르게 재편될 것이다. 유권자들이 일방적으로 질주하는 정권을 심판하지 않은 선거는 없었다. “더 높은 가치를 지향하고 더 넓게 포용하겠다”는 이 원내대표의 다짐을 민주당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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