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3년 강원랜드 1ㆍ2차 교육생 선발과정에 지인들의 채용을 청탁한 혐의로 재판을 받은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같은 당 염동렬 의원의 희비가 엇갈렸다. 권 의원은 지난 13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재차 무죄를 선고 받은 반면, 염 의원은 지난달 30일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그렇다면 같은 혐의로 기소된 두 의원의 유무죄를 가른 핵심 요인은 무엇일까.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청탁 전달 루트와 청탁 이후 정황, 피청탁자들과 피고인들의 관계 입증 세가지 대목에서 두 의원의 운명이 갈린 것으로 드러났다.
권 의원의 경우, 직속 보좌관이나 비서관 대신 친구인 전모 강원랜드 리조트 본부장을 통해 청탁을 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전씨는 강원랜드 인사팀장 A씨에게 명단을 전달할 당시 권 의원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고, A씨가 난색을 표하자 뒤늦게 ‘권 의원 거니까 무조건 해줘야 된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A씨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전씨가 자신의 청탁을 관철하기 위해 권 의원의 영향력을 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 과정에서 권 의원이 애초 ‘교육생’이란 개념조차 몰랐던 정황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교육생의 지위가 무엇인지, 자신이 청탁할 내용이 무엇인지도 확인하지 않은 채 특정인의 선발을 청탁했다는 것은 쉽사리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 청탁대상자들과 권 의원의 관계 또한 재판부의 무죄 심증을 굳히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1차 교육생 합격자 중 검찰이 권 의원의 청탁대상자라고 주장하는 13명 중 9명은 권 의원과의 인적 관련성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고, 나머지 4명도 권 의원의 청탁 여부가 입증되지 않았다. 2차는 관련자들의 진술 신빙성 등이 배척돼 아예 청탁여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염 의원은 달랐다. 염 의원은 당시 보좌관으로 근무했던 김모씨를 통해 강원랜드 전무이사와 A씨에게 청탁대상자 명단을 전달했다. 염 의원은 김씨가 독자적으로 한 행동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염 의원 보좌진들이 청탁대상자 중 최종 합격한 사람들을 ‘특별명단’으로 만들어 관리하고 김씨가 퇴직 당시 후임자에게 인수인계 한 점 등을 들어 염 의원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봤다. 재판부는 “김씨가 피고인과 무관하게 개인적으로 청탁한 것이라면 명단을 별도로 작성해 인수인계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탁대상자들과 염 의원의 관련성도 인정됐다. 일부 청탁대상자들은 염 의원에게 직접 교육생 채용을 부탁했다고 진술했고, 김씨를 통해 청탁을 한 이들 또한 “김씨에게 부탁한 것은 염 의원이 힘을 써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재판부는 한 발 더 나아가 염 의원과 최홍집 전 강원랜드 사장의 공모관계를 인정하며 “염 의원이 이 사건에서 가장 주도적인 기여를 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채용 전반에 대한 구체적 실행행위는 최 전 사장이 주도했지만, 염 의원이 부정채용을 통해 합격시킬 대상자를 특정해주는 등 청탁이 없었다면 부정채용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 본 것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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