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고비를 넘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거침없는 행보가 이번엔 ‘특별사면’으로 향했다. 총 11명의 사면(감형 포함) 명단을 발표했는데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대통령 개인의 주관적 판단으로 결정했다는 비난이 거세다. 탄핵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정부 인사들을 막무가내로 내쫓고 검찰 구형에 개입하려고 하는 등 권력 남용에 해당할만한 조치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트럼프는) 자신이 곧 법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유명 금융전문가 마이클 밀켄, 버니 케릭 전 뉴욕 경찰청장, 에드워드 디바르톨로 미국프로풋볼(NFL) 샌프란시스코 전 구단주 등 7명을 특별사면한다고 밝혔다. 또 로드 블라고예비치 전 일리노이 주지사(민주당)를 포함한 4명에 대해선 특별감형을 결정했다. 11명 모두 사기와 부패, 위증 등 ‘화이트칼라’ 범죄 관련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비리 사범이다.
곧바로 사면의 부적절성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사면권이 대통령 고유 권한이긴 하지만 통상 법무부의 협조를 얻어 대통령 사익 등을 위해 남용하지 않으려는 최소한의 노력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절차가 일체 생략됐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에서 대통령이 자신의 오랜 지인과 기업인, 정치적 동맹자들로부터 사면 후보군을 추천 받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일간 뉴욕타임스는 “트럼프는 사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명확히 공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번 특별사면은 탄핵 부결 이후 트럼프의 다른 행보와 같은 선상에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CNN방송은 “‘친구에게 보상을, 적에게는 응징을’이란 간단한 원칙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송은 사면은 친구에게 보상을 준다는 그의 신념을 따른 결과이고, 이달 초 알렉산더 빈드먼 육군 중령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쫓아낸 일 등은 후자의 사례라고 제시했다. 이런 원칙에 근거하면 최근 측근 로저 스톤 재판에 개입하려는 ‘사법 방해’ 시도도 트럼프 입장에선 정당한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여론의 따가운 눈총에도 트럼프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자신을 ‘최고 법 집행관(chief law enforcement officer)’이라고 칭했다. 대통령에게 사법 시스템을 형성할 권한은 있으나 개입은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구형한 스톤 형량(징역 7~9년)은 “불공정하다”는 의견을 재차 피력했다.
한편 트럼프에 동조해 검찰의 스톤 구형량 감축을 시도했다는 의혹을 받아 온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장관직 사퇴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바 장관이 측근들에게 대통령 간섭으로 인한 업무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앞서 13일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의 트윗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며 불만을 공개적으로 토로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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