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눈이 펄펄 내리는 하늘 위. 갑자기 ‘뚜루루루’하는 큰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다가오더니 하얀 날개를 펄럭이며 수십 마리의 두루미들이 눈 덮인 들판에 사뿐히 내려앉는다. 갑자기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오듯…
겨울이 얼마 남지 않은 강원 철원군 동송읍 DMZ두루미평화타운 앞 한탄강변에는 이른 아침부터 ‘겨울 진객’ 두루미 500여 마리가 때마침 내린 눈으로 눈부신 설경 속에서 환상적인 군무를 펼쳐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철원에서는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에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관광객이 줄어 지역 경제에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과는 달리 철원을 찾아온 두루미는 작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날도 한탄강변에는 500여 마리가 넘는 두루미들이 날아와 모처럼 찾아온 관광객들에게 화려한 군무를 선사해 잠시나마 신종 코로나로 인해 움츠린 사람들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조용히 두루미들을 관찰하고 있는 순간 함께 먹이를 먹던 쇠오리들이 갑자기 하늘로 치솟았다. 하지만 두루미들은 고개를 들어 주변을 한번 살펴본 뒤 편하게 자기 할 일을 하는 모습이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라고 생각하는 순간 하늘에서 노란 머리와 하얀 꼬리가 선명한 흰꼬리수리 한 마리가 하늘을 맴도는 걸 볼 수 있었다. 쇠오리들의 갑작스러운 비상의 의문이 풀리는 순간이다. 의연한 두루미와 흰 독수리 출연에 줄행랑을 치는 쇠오리의 모습이 신종 코로나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모습과 오버랩 되는 것은 왜일까. 오늘도 어디에서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하늘에 흰꼬리수리가 나타났을 때 두루미가 보여줬던 의연함은 우리가 배울 만하다. 신종 코로나에 대해서 철저한 대처해야 하지만 우리들도 일상생활에서 의연함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왕태석 선임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