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
평균소득 132만원… 12%나 줄어
상위 20%와 소득격차도 5.26배
소득 주도 성장 정책에 회의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비교한 작년 4분기 국내 저소득층(하위 20%ㆍ1분위) 가구의 평균소득이 2년새 12%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소득 1분위와 5분위(상위 20%) 간의 소득격차는 4.61배에서 5.26배로 더 벌어졌다. 아직 단기간의 비교라 해도 ‘저소득층 소득을 늘려 분배를 개선하고 성장을 이끌겠다’는 이른바 소득주도성장론을 무색하게 만드는 결과다.
◇문 정부 들어 1분위 소득↓, 빈부격차↑
20일 통계청의 ‘2019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전체가구의 월평균 소득(477만2,000원)은 1년 전보다 3.6% 증가했다. 2.7%였던 작년 3분기보다 증가폭이 높아진 것이다.
4분기 가구 소득은 모든 소득계층에서 고루 늘었다. 특히 5분위(1.4%)와 4분위(상위 20~40%ㆍ4.8%)보다 1분위(6.9%)와 2분위(하위 20~40%ㆍ6%)의 소득 증가폭이 더 컸다. 5분위 소득을 1분위 소득으로 나눈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도 작년 4분기 5.26배로 2018년 4분기(5.47배)보다 낮아졌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소득 격차가 심하다는 의미다.
이를 두고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7개 분기 연속 감소하던 1분위 가구 근로소득이 반등했고, 소득 5분위 배율도 2018년 4분기보다 개선됐다”며 “이는 정부가 고용ㆍ사회안전망을 지속해서 강화해 온 결과”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같은 평가는 2018년과 2019년만 비교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의 두번째 해인 2018년 4분기 저소득층 소득과 5분위 배율은 전년보다 크게 악화했다. 당시 1ㆍ2분위 가구 소득은 최저임금 급상승 여파로 근로ㆍ사업소득이 동반 급감하면서 전년대비 17.7%와 4.8%씩 감소했다. 2017년 4분기 4.61배였던 5분위 배율도 2018년 4분기에는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47배까지 치솟았다.
비교 대상인 2018년이 워낙 안 좋았던 ‘기저효과’로 작년 4분기 가계소득 지표가 향상된 것처럼 보이는 셈이다. 일례로, 2017년 4분기 1분위 가구의 평균소득은 150만4,820원이었지만 2018년 123만8,216원으로 뚝 떨어졌다가 지난해 4분기 132만4,000원으로 상승해 2년간 12% 급감한 상태다.
◇가계 사업소득 5분기 연속↓
작년 4분기 저소득층 소득 개선의 ‘질’도 좋지 못하다. 홍 부총리의 칭찬처럼 1분위 평균 근로소득(45만8,000원)은 1년 전보다 6.5% 늘면서 8개 분기 만에 증가로 전환했지만, 이는 정부의 ‘노인 일자리’ 정책에 따른 노인 근로소득이 늘어난 영향이 크다.
1ㆍ2분위의 사업소득도 각각 11.6%, 24.7%나 증가했지만, 이 역시 1ㆍ2분위 가구의 사업이 잘 되어서라기보다 사업 부진에 시달린 기존 3~5분위 가구가 1, 2분위로 내려앉은 결과다. 작년 4분기 3분위 사업소득은 -10.9%를 기록했다. 고소득 계층의 사업소득 부진으로 전체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2018년 4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줄어들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1분위 소득 감소와 소득격차 심화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밀어붙인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저소득층 근로소득을 재정으로 메워주는 것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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