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야당, 허구한 날 하는 일이 자해정치
‘야당복’은 여당 자만하게 하는 ‘야당독’
미래통합당 혁신으로 자해경쟁 벗어나야
“운 좋은 사람은 못 당한다.” 문재인 정부를 보면 떠오르는 말이다. 현정부는 임기 초 기대감과 소통노력 덕으로 지지율이 고공행진했지만, 민생 하락과 잘못된 인사, 뭐가 잘못이냐는 오만으로 지지율이 급락했다. 특히 조국사태로 위기를 겪었지만, 위기 국면은 일단 지나간 것 같다. 유재수 비리에 이어 핵폭탄이 될 수 있는 송철호 울산시장사건 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족쇄를 채운데다가, 문 대통령이 ‘야당 복’만은 확실하게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가 위기에 처하면, 황교안 대표 등 보수야당이 막말 등으로 문재인 정부를 살려줬다. 물론 문재인 정부도 인사 파동과 오만 등으로 자해정치를 자주해, 한국정치는 ‘누가 자해를 더 하나’ 하는 ‘자해경쟁의 정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 횟수와 수준에서 보수야당의 자해는 최소한 최근까지는 현정부를 압도해 왔다. 최근에도 황 대표는 종로 출마의 간을 너무 보다가 감동을 다 날려보냈고, 80년 광주의 비극에 대해 “1980년 무슨 사태”라는 망발로 자살골을 넣었다. 각종 스캔들과 추 장관의 연이은 무리수로 민심이 흉흉하고 보수통합까지 진행되고 있지만, 황 대표 덕분에 그 위협은 반감되고 있다. 여러 문제에도 현정부의 지지율이 그나마 유지되는 것은 그의 덕이 크기에, 그가 보수세력에 위장 취업한 ‘최고의 더불어민주당원’이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생각까지 갖게 된다.
그러나 제1야당의 자해정치는 문재인 정부, 나아가 국민들에게 ‘복’이 아니라 ‘독’, ‘야당복’으로 위장된 ‘야당독’이다. 제 1야당이 이처럼 자살골만 넣고 있으니, 여당은 무사안일에 빠져 있다.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바 있다. 민주당은 12년 전 노무현 정부가 끝나며 치른 대선과 총선에서 참패했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초기 차떼기파동 후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근혜의 지휘 아래 한나라당이 보여줬던, 천막당사 등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비극적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있었고, 이는 동정표를 불러와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민주당은 승리에 취해 혁신을 하지 않았고 그 결과가 2012년 박근혜의 대선 승리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민주당에서 ‘축복을 가장한 저주’였던 셈이다.
총선 승패와 상관없이, 우리의 미래는 새로 출범한 미래통합당에 달려 있다. 자유한국당이 미래통합당으로 새 단장하는 것을 계기로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건전한 보수로 환골탈태해 실력 있는 경쟁을 벌일 때, 여당은 혁신을 하지 않을 수 없고 한국정치는 치열한 건설적인 경쟁으로 나갈 것이다. 총선도 미래통합당이 놀랄 만한 물갈이를 하고 낡은 색깔론에 기초한 정권 심판론을 넘어서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여당도 긴장할 것이다. 그러나 제1야당이 자해만 하고 있는데, 여권이 과감한 혁신을 하겠는가? 그 결과, 총선은 전선만 있고 구도, 의제, 쇄신이 없는 ‘3무 선거’가 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게다가 제1야당의 잇단 자살골에 오만해져 여당 역시 추 장관의 무리수 시리즈, 비판적 칼럼을 쓴 학자 고발 소동, 정세균 총리의 어이없는 농담, 금태섭 공천내전 등 연이은 자충수를 둠으로써 정권 심판론이 처음으로 야당 심판론을 앞질렀다. 황 대표의 그간의 자살골이 여당을 안심시켜 이 같은 사태를 유도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는지, 이제 ‘자해경쟁’에서 오만해진 여당이 앞서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촛불혁명을 말아먹고 있는 여권의 자살골 덕분에, 탄핵에도 불구하고 혁신을 하지 않은 보수세력이 총선에서 승리하는 비극이 일어날 수 있다. 설사 여권이 승리하더라도, 자만에 빠져 대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 아니 대선에서 이기더라도 역사 속에서는 이미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는 실망감, 즉 일부 성과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촛불배신정권’이란 비판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미래통합당이 과감한 혁신을 할 때, 자해경쟁 정치의 악순환을 끝낼 수 있다.
손호철 서강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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