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뜬금없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을 공격했다. 한국 영화의 성공을 무역 문제와 연관 짓다 나온 발언이다. 대통령의 억지 주장에 기생충의 미국 배급사는 “자막을 읽을 줄 모른다”고 비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콜로라로스프링스 브로드무어월드아레나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 참석해 아카데미상 수상식 진행자가 수상자를 호명하는 흉내를 내며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얼마나 형편 없었나. 한국에서 온 영화가 승자가 됐다”고 말했다. 명시적 언급은 없었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란 자신의 선거 구호가 영화계에서도 실현되길 바란 듯, 아카데미가 미국 영화를 선택했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그는 이어지는 발언에서 “우리는 한국과 무역에서 충분히 많은 문제가 있다”며 “(기생충이) 그렇게 좋은 영화인가. 나는 모르겠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그러면서 80년 전인 1940년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등을 거명하며 “처음에는 (기생충에) 국제영화상만 주는 줄 알았는데 최고상을 부여한 이런 적이 있었나”라고 거듭 반문했다. 기생충은 9일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국제극영화상, 감독상, 작품상을 휩쓸며 4관왕에 올랐다.
순수한 문화 행사를 경제 쟁점으로 풀어낸 트럼프식 논리 비약에 기생충의 북미 배급사 네온은 뼈 있는 말로 응수했다. 네온은 트위터에 글을 올려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글(자막)을 읽을 줄 모른다”고 역공했다. 앞서 봉 감독이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자막의 1인치 장벽을 넘으면 다양한 영화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 수상 소감을 인용해 트럼프를 한껏 비꼰 셈이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