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세 이상 사망 원인 1위]
대부분 폐렴 전염성 높지 않지만
코로나 19는 이례적 큰 전염성
면역력 높은 사람은 저절로 극복
손을 자주 씻는 게 최고 예방법
폐렴은 노인을 괴롭히는 가장 위험한 병이다. 70대 이상 고령인 사망 원인의 1위가 바로 폐렴이다. 만성질환이나 암 치료 때도 결국에는 폐렴 합병증으로 사망한다. 폐렴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도 한 해 1만6,000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비슷한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ㆍ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사망자도 주로 폐렴으로 사망했고, 2009년 신종 플루 감염자도 거의 모두 폐렴 호흡곤란증후군으로 목숨을 잃었다. 폐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살펴본다.
◇폐렴은 전염력이 높고 발열ㆍ기침이 심하다?
폐렴은 말초 기관지와 3억~5억개의 허파꽈리(폐포) 등으로 이루어진 폐실질(肺實質ㆍlung parenchyma)에서 발생하는 염증성 호흡기 질환이다. 폐렴에 걸리면 허파꽈리에 고름과 체액이 차서 숨 쉬는 것이 고통스럽고, 산소도 제대로 흡입하지 못하게 된다. 9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많이 발병한다.
대부분의 폐렴은 전염성이 없다. 하지만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일부 바이러스 폐렴은 전염된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로 전파되거나 오염된 손으로 입이나 코 주변을 만져 감염되므로 단체생활을 하는 곳에서 집단 발병하기도 한다. 박용범 강동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19는 전염력이 높아 상기도 감염뿐만 아니라 일부 환자에게서 폐렴도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전형적인 폐렴을 앓으면 38도 이상 발열, 화농성 가래가 동반된 기침, 흉막성 흉통, 심하면 호흡이 곤란해진다. 마이코플라즈마와 클라미디아 균주에 의한 비전형적인 폐렴은 병 진행이 점진적으로 이뤄진다. 마른기침, 호흡곤란, 두통, 근육통, 피로감, 오심, 구토, 설사 같은 폐질환 이외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지역사회 감염 첫 사례로 보이는 코로나19의 29번 환자는 흉통이 주 증상이었다. 특히 노년층은 폐렴의 특이 증상 없이 입맛을 잃은 채 시름시름 앓거나 의식 저하 등의 전신적인 증상만 호소하기도 한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고열이 있고 마른기침, 누런 가래가 1주일 이상 지속되면 폐렴을 의심해야 한다”며 “하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이런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아 식욕이 떨어지거나 자주 졸리면 폐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폐렴 원인은 바이러스 때문이다?
폐렴은 세균ㆍ바이러스ㆍ곰팡이에 의한 감염성 폐렴과 화학물질ㆍ음식물 흡인 등에 의한 비감염성 폐렴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폐렴은 감염성 폐렴을 주로 지칭한다. 박혜정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은 폐렴구균(폐렴알균)을 비롯한 마이코플라즈마균ㆍ연쇄쌍구균ㆍ녹농균 등에 의한 세균성 폐렴이 가장 흔하다”며 “다양한 바이러스와 드물게 곰팡이 등으로 인해 걸리기도 한다”고 했다. 윤호일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구균은 공기 중에 항상 떠다니고 평소 코와 목에 상주한다”며 “기침이나 대화할 때 튀는 작은 침방울로 잘 전염된다”고 했다.
폐렴의 진단ㆍ치료는 원인 균주를 확인하고 이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지역사회 폐렴의 3분의 1 이상에서 미생물학적 원인균을 밝히기가 어려워서 원인 균주 확인 이전에 경험적 항생제 치료를 시행한다.
폐렴은 원인균에 따라 치료법이 다르다. 코로나19ㆍ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독감) 등과 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은 증상 초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면 발열과 바이러스 전파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시일이 지나면서 효과가 뚜렷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 코로나19에 의한 폐렴 등을 치료하는 공인된 치료제는 없다. 하지만 최평균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치료제가 없다고 치료법이 없는 것이 아니기에 과도한 공포를 가질 필요는 없다”며 “바이러스성 폐렴은 환자의 면역력으로 회복이 가능하다”고 했다. 중증 폐렴의 합병증으로 호흡부전이나 패혈성 쇼크가 동반한다면 중환자실 집중 치료와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세균성 폐렴은 항생제 요법으로 치료한다. 세균성 폐렴은 원인균에 따른 항생제 선택이 중요하지만 대부분 원인균을 알 수 없고 원인균이 배양됐다 해도 균을 동정(同定·identification of bacteria)하기까지 3일 이상 필요하다. 따라서 폐렴이 의심되면 우선 항생제 요법을 쓴다. 또한 건조해지지 않도록 수분을 충분히 공급한다. 기침이 심하면 기침억제제로 증상을 완화하고 40도 이상 고열이 생기면 해열제도 써야 한다.
◇폐렴은 예방접종을 하면 예방된다?
병원에서 감염된 폐렴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걸린 폐렴의 주원인균은 폐렴구균으로 27~69%를 차지한다. 예방접종으로 폐렴 원인균을 모두 막을 수는 없지만 폐렴구균 백신은 폐렴구균에 의한 지역사회 획득 폐렴과 패혈증이나 뇌수막염과 같은 침습성 폐렴구균질환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면역력이 약한 영ㆍ유아나 65세 이상 노년층이 주 접종 대상이며 보건소에서 무료 접종이 가능하다.
폐렴은 발병 원인이 바이러스와 세균(박테리아)인 만큼 가급적 혼잡한 장소를 피하고 외출 후에는 양치질과 손 씻기가 감염 예방에 가장 중요하다. 특히 손 씻기는 감염병을 50~70% 예방하는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특히 비누로 손을 씻으면 물로만 씻는 것보다 감염병 예방 효과가 뛰어나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건강한 폐를 지키는 생활습관>
-체온과 비슷한 미지근한 물을 충분히 마신다.
-폐 건강을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금연이다.
-실내외 온도차가 5도 이상 나지 않도록 조절하고, 하루 3회 10~20분 정도 창문을 열어 환기한다.
-수영ㆍ관악기 연주ㆍ조깅ㆍ등산 등 취미생활을 꾸준히 하는 것만으로 폐활량을 늘릴 수 있다.
-평소 숨을 천천히 깊게 들이마시고, 느리게 내뱉는 심호흡을 자주 하면 폐활량을 높일 수 있다.
-사과에는 암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케르세틴 성분이 풍부하다. 이 성분은 특히 폐암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초록 시금치에는 루테인, 노란 단호박에는 라이코펜, 붉은 당근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해 이들 성분이 항산화 작용을 한다.
<자료: 윤호일 분당서울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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