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정부가 23일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로 끌어올리면서 정치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한 대구ㆍ경북(TK) 지역은 사실상 선거운동이 멈춰 섰다. 다른 지역에서도 선거운동을 최소화하거나 잠정 중단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50여일 앞으로 다가온 4ㆍ15 총선 분위기가 차갑게 얼어붙는 모양새다.
신종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TK 지역에서는 여야 모두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있다. 악수나 대화 등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것은 물론 명함과 전단지 배부조차 끊겼다. 감염의 매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경북도당은 대면접촉 선거운동을 전면 중단했고, 미래통합당 후보들도 재래시장 방문 일정 등을 취소했다. TK 지역에 출마하는 민주당의 한 의원도 “지금 TK는 마비 수준이 아니라 패닉 수준”이라며 “선거에 욕심을 부릴 때가 아니라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했다.
TK가 텃밭인 미래통합당 상황은 더 심각하다. 당초 통합당은 20, 21일 예정돼 있던 공천 후보자 면접 일정을 연기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되자 화상면접을 검토 중이다. 대구의 한 미래통합당 의원은 본보 통화에서 “거리에 돌아다니는 사람 자체가 없다”며 “선거운동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포기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총선 최대 격전지로 관심이 집중된 서울 종로도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종로구민을 뵙고 싶지만 대면접촉을 최소화하고 비대면 접촉에 주력하려 한다”며 “종교집회도 자제해 달라는 정부의 호소에 부응해 (오늘) 예배도 인터넷으로 드렸다”고 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22일과 23일 예정했던 선거운동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당 대표로서 이날 “현재 대구와 청도 지역이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돼 있으나 대구ㆍ경북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다른 지역도 상황은 비슷하다. 확진자가 총 16명 발생한 부산의 전재수(북강서갑)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 부산 현역의원과 예비후보 모두 선거운동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확진자가 총 6명 발생한 강원의 이양수(속초ㆍ고성ㆍ양양) 통합당 의원도 “사태가 안정될 때까지 당분간 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 등 직접 접촉이 없는 선거운동만을 하겠다”고 말했다.
보통 수 천명의 지지자들이 참석해 세를 과시하는 신당 창당대회도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당은 이날 서울종합예술학교에서 창당대회를 열었지만, 온라인 중계를 통해 참석 규모를 최소화했다. 2040세대를 주축으로 제3지대를 지향한 시대전환도 이날 중앙당 창당대회를 열었지만, 역시 온라인으로 생중계하며 조촐하게 치렀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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