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한민국의 일상을 바꿔 놓았다. 확진자가 600명을 넘어선 23일 전국의 주요 도심 번화가는 인적이 뜸한 나머지 유령 도시를 방불케 했다. 주말마다 인파로 북적이던 관광지는 물론이고 교회나 성당, 사찰 등 종교시설마저도 신도들의 발길이 뚝 끊겨 한산했다.
외출과 나들이를 자제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유독 사람이 몰리면서 길게 줄을 서는 ‘예외적인’ 풍경도 있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자 필수품인 마스크와 소독제를 구하기 위해, 또는 생수와 라면 등 생필품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생활용품점과 할인마트로 몰렸다. 소외계층을 위한 무료급식소 운영마저 줄어들면서 끼니를 잇기 어려워진 독거노인들은 그나마 몇 안 남은 무료급식소를 찾아 줄을 섰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빚은 ‘줄서기’ 풍경은 방역과 환자 이송 과정에서도 눈에 띄었다. 흰색 보호복과 각종 소독 장비, 119구급차의 행렬에서는 긴박감마저 풍긴다. 전통시장 방역에 나선 방역 요원들은 옆으로 촘촘히 줄을 지어 선 채로 전진하며 소독약을 분무하는데, 작은 허점도 허용할 수 없는 치밀한 작업인 만큼 시장 전체에 긴장감이 흘렀다.
확진자가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대구 시내에선 확진자를 태운 구급차가 줄을 지어 병원을 향해 달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달서구의 한 운동장에선 전국에서 파견된 구급차들이 신속한 출동을 위해 나란히 선 채로 대기 중이다.
공인회계사(CPA) 1차 시험이 분산돼 치러진 전국의 시험장에서도 긴 줄이 등장했다. 마스크를 착용한 1만874명의 응시생들이 시험장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응시표 제시와 더불어 체온 검사가 필수였다. 특히 체온 검사와 손 소독 등 위생 절차가 꼼꼼하게 이뤄진 탓에 입실에 소요된 시간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긴장한 응시생들의 표정은 마스크 뒤에서 점점 굳어졌다.
아무리 긴 줄이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일. 신종 코로나가 만들어낸 ‘비 정상적인’ 줄서기 풍경 또한 조만간 사라져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것이다.
왕태석 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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