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영세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구하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는 피해 구제를 위한 정책자금 규모를 당초 계획의 4배로 늘렸고 대기업들의 중소 협력사 지원 역시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에선 건물주의 임대료 인하 행렬 등이 이어지고 있다.
◇소상공인ㆍ중기 지원자금 1조원으로 확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4일 신종 코로나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할 정책자금을 종전 2,500억원에서 1조원으로 확대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13일부터 4개 산하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총 2,500억원(소상공인 1,200억원, 중소기업 1,300억원)을 공급하는 정책을 시행 중인데 1주일 만에 신청건수가 1만3,000건을 넘어서면서 증액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특히 소상공인 중엔 음식·숙박·소매업, 중소기업 중엔 기계·금속 제조업과 여행·레저업에서 지원 신청이 쇄도했다.
박 장관은 또 신용등급 6등급 이상으로 제한했던 소상공인 지원 조건을 완화해 7~10등급 저신용 소상공인도 정책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관계당국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박 장관은 “저신용자들도 소액이라도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조건 완화를 추진 중”이라며 “다만 일반 금융권의 참여가 필요해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대료 깎아주는 ‘착한 건물주’ 확산
민간에선 신종 코로나로 장사에 어려움을 겪는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낮춰주는 건물주들의 선행이 잇따르고 있다. 전북 전주 한옥마을에서 시작된 이러한 움직임은 경기 수원·김포시, 광주 등 전국 각지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서울 남대문시장의 경우 신명호 서울남대문시장 부사장, 조명배 남정개발 대표, 성하륜 한양물산 대표 등 시장 내 건물주 4명이 소유 점포 1,500곳에 대해 3개월 동안 임대료를 최대 20% 인하해주기로 결정했다. 성 대표는 “젊은 시절 0.5평짜리 점포에서 장사를 시작해 오늘에 이른 터라 누구보다 상인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결심 배경을 설명했다. 남대문시장 내 대형 쇼핑센터 내 소지주들도 상인들의 임대료를 인하 또는 면제해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남대문시장을 찾아 이들 ‘착한 건물주’를 격려한 박 장관은 “세제 혜택 등 임대료 인하에 상응하는 인센티브를 건물주에게 제공하는 방안을 관계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요 대기업은 협력사 상생안 마련
대기업 또한 협력업체 보호에 동참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국내 협력사들이 중국산 부품 조달 등에 애로를 겪으면서 공급망 전체가 흔들리는 사태를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이날 공정거래위원회 주재로 열린 전자업계 간담회에서 협력사와의 상생안을 발표했다. 우선 중국 등 해외 생산시설을 운영하던 협력사가 국내로 돌아오거나 국내 생산을 늘릴 경우 생산성 향상 컨설팅, 무이자 대출, 구매물량 보장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자금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에 제공하는 무이자 대출 재원을 연간 400억원에서 550억원으로 늘리고 이달 바로 집행하기로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를 지원하는 기업에는 공정거래협약 평가 가점을 신설해 올해부터 부여하겠다”고 화답했다.
앞서 삼성도 그룹 내 제조회사가 참여하는 협력사 자금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운영자금 1조원 무이자 또는 저금리 대출 △2월 물품 대금 1조6,000억원 조기 지급에 나섰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중소 부품 협력사에 1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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