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확진자 215명, 이틀 새 3배… 이란 사망자 12명
크루즈선서 음성 판정 후 귀국한 미국인 18명 등 뒤늦게 양성
이탈리아 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북부 일부 지역에 이동 제한령을 내린 가운데 롬바르디아주 로디의 한 슈퍼마켓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주민들이 식료품을 사고 있다. 로디=EPA 연합뉴스

주말 사이 유럽과 중동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집단 감염이 발생했던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내려 귀국한 승객들 가운데 뒤늦게 신종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환자가 속출해 일본 정부의 부실 대응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현지 ANSA통신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24일 전국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 수가 최소 215명(사망자 포함)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2일 76명에서 이틀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이다. 이날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84세 남성이 숨져 사망자도 4명으로 늘었다. 신규 확진자 대부분이 이탈리아 경제의 30%를 차지하는 북부 롬바르디아주와 베네토주에 집중된 점도 불안감을 더하는 요인이다. 이에 ‘베네치아 카니발’, ‘밀라노 패션위크 2020’ 등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문화 행사 역시 줄줄이 취소됐다.

중동발 감염증 증가세도 심상치 않다. 특히 이란의 확산세가 두드러진다. 이란 보건부는 24일 “현재까지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61명, 사망자는 1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앞서 19일 종교도시 곰에서 첫 확진ㆍ사망자가 나온 지 닷새 만에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외신은 “이란의 경우 치사율이 20% 정도로 유독 높게 나타나 감염자 수가 은폐됐거나 정부의 진단 능력이 부실하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현지 언론인 이란 반관영통신 ILNA도 이날 곰 지역 정치인을 인용, “13일부터 최소 50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이란에서 시작된 중동 내 신종 코로나 공포는 현실이 돼가는 분위기다. 쿠웨이트 정부는 이날 확진자 3명이 처음 발생한 사실을 공개하며 이들 모두 이란 동북부의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마슈하드에 다녀온 이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레바논에서도 곰을 방문했던 여성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아프가니스탄에서도 각각 2명, 1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 오만 역시 최근 이란을 방문한 전력이 있는 여성 2명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됐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세계적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방역 속도를 앞지르며 통제 불능 상태인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도 여전히 바이러스 공포에서 자유롭지 않다. 배에서 내려 고향으로 돌아간 외국인 탑승자들의 확진 소식이 잇따르면서 각국의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일본 정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외국 국적자 800여명 중 이날까지 미국인 18명, 호주인 7명, 영국인 4명, 이스라엘인 2명 등이 신종 코로나 감염자로 밝혀졌다.

일본 정부의 거듭된 실책이 감염증 확산에 일조했다는 비판이 높다. 실제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장관은 22일 “객실 격리를 시작한 이달 5일 이후 바이러스 검사를 하지 않고 내린 사람이 23명”이라고 누락 사실을 인정했다. ‘하루 300명 검사’ 비판에 후생노동성은 18일부터 검사 인원을 3,800명까지 늘렸다고 했지만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가미 마사히로 일본 의료거버넌스연구소 이사장은 마이니치(每日)신문 인터뷰에서 “일본에서는 실시간 유전자 검사(PCR) 대상을 중증 환자로 한정하고 있다”며 “검사를 대폭 확대해 감염자 수를 공표하고 치사율을 낮춘 중국과 대조적”이라고 지적했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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