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소비심리가 급속도로 얼어붙은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소비심리가 추락할 때와 동일한 낙폭이다. 다만 코로나19의 본격 확산 이전 수치라 소비심리 하락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0년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드러내는 6개 소비자동향지수(CSI)를 종합한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월 중 96.9로 전월 대비 7.3포인트 하락했다.
1월까지만 해도 CCSI는 104.2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낙관적인 수준이었지만, 코로나19가 발생하면서 분위기가 돌변한 것이다. CSI는 통상 100 이상이면 소비자 인식이 낙관적임을, 이하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낙폭도 기록적인 수준이다. 메르스 확산 영향을 받은 2015년 6월에도 CCSI가 이번 조사 결과와 동일하게 7.3포인트 하락한 바 있다. 한은이 월별로 소비자심리지수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8년 7월 이래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이보다 크게 떨어진 것은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0월(-12.7포인트),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3월(-11.1) 두 차례뿐이었다.
문제는 국내에서 확진자 수가 본격적으로 늘어난 2월 20일 이전인 2월 10~17일에 조사가 이뤄진 결과라는 점이다. 현재처럼 확산 추세가 지속된다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큰 폭의 하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1년간 물가상승률에 대한 인식은 지난달과 동일했으나 앞으로 1년간의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 대비 0.1% 감소해 1.7%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저치였던 지난해 12월과 동일한 수준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관련 인식이 급속하게 나빠지면서 생활형편이나 가계 수입, 재정과 연결된 지수도 모두 하락했다”며 “소비자물가 역시 경기 인식의 영향으로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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